쿠세는 일본말이다. 한국어로 하면 버릇. 투수들이 투구를 할 때 구종에 따라 던지기 전의 자세가 다르거나 한 구종에 대해서만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직구와 변화구에 따라 글러브의 위치가 달라진다면 직구만 골라서 칠 수 있게 된다. 정보전이 치열한 현대 야구에서 투수의 버릇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쿠세잡기의 달인 이진영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이진영은 이번엔 누구의 쿠세를 잡을거냐고 묻자 "아 내가 그것때문에 여기왔지"라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 이진영은 일본의 이와세와 후지카와 등 일본 투수들의 버릇을 잡아내 한국 타자들이 잘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이와세가 등판할 때마다 한국 타자들은 "오늘 이겼다"며 자신감이 급상승했다고. 이진영은 "이번에도 보이면 알려줘야죠"라며 씩 웃었다.
쿠세보다 통계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쿠세를 많이 잡을까. 이진영은 최근엔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했다. "한때는 서로 투수들의 쿠세를 잡느라 혈안이 됐다"는 이진영은 "요즘엔 쿠세보다는 상황과 볼카운트에 따라 어떤 공을 많이 던지느냐를 통계로 알려준다"고 했다. 모든 팀들이 상대 투수의 버릇을 찾기도 하지만 소속팀 투수들의 버릇을 찾아 이를 고치는 노력을 하기 때문. 이진영은 "쿠세같은 행동들이 계속 바뀌어서 확실하게 '이번엔 직구다'하고 기다리기가 힘들어졌다. 그런것 보다는 그냥 통계를 통해 머릿속에 기억하고 대비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라고 했다.
쿠세를 역이용
자신기 모르던 버릇이 발견됐다고 하면 모든 투수들은 그 버릇을 고치려고 할 것이다. 쿠세를 고치려다가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져 평범한 투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바엔 차라리 버릇을 가지고 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2005년 MVP였던 손민한은 "쿠세가 있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잘던지면 된다는 것. 게다가 중요한 순간에 남들에게 알려진 버릇을 보여준 뒤 다른 구종을 던지면 상대에게 혼란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즉 직구를 던지는 듯 행동을 취한 뒤 변화구를 던지는 식이다.
다나카의 쿠세는?
최근 일본에서는 대표팀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의 쿠세가 화제다. 같은 팀 동료인 앤드류 존스가 알고 있다고 했고, 얼마전 상대했던 호주대표팀 감독 존 디블도 무엇을 던지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왜 현미경 분석의 일본에서 버릇을 가진 투수가 많은 것일까. 한국은 누군가가 투수의 버릇을 알게되면 팀을 위해 가르쳐주지만 일본은 알려주지 않고 자신만의 '영업비밀'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타이중(일본)=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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