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른 루키들이 2년차가 되자 뚜렷한 이유 없이 부진을 경험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이런 상황을 실제 겪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2년차가 된 선수들 중 꽤 다수가 이런 현상에 스스로가 빠져들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적어도 프로야구 KIA의 '불펜 희망' 박지훈에게만큼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여리기만했던 마음이 프로 첫 시즌을 치르며 한층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웬만한 고비나 시련 쯤은 이제 웃으며 넘길 만큼의 강철 심장이 생겼다. 박지훈이 '2년차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투수 분야에 관해서 한국 최정상의 눈을 갖고 있는 KIA 선동열 감독은 오래전부터 고졸보다는 대졸 투수를 선호했다. 대졸 투수가 비록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들에 비해 어깨 근육 등을 더 많이 소모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풍부한 경험을 쌓으면서 마운드에서 정말 필요한 배짱이나 수싸움 능력 등을 익힐 수 있다. 또 아직 성장기가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고졸 선수에 비해 대졸 선수는 성장기를 마친 까닭에 힘든 프로 훈련에 더 적응하기 쉬울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선 감독은 대졸 투수를 좋아한다.
그런 선 감독이 2011년 말 KIA에 부임한 뒤 주목한 선수가 바로 단국대를 졸업하고 팀 유니폼을 입은 박지훈이다. 엄밀히 말해 박지훈을 뽑은 것은 선 감독이 아니다. 전임 조범현 감독 시절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선발됐다. 하지만, 박지훈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많은 기회를 부여했던 것은 새로 지휘봉을 쥔 선 감독이었다.
'레전드 감독'의 기대에 박지훈은 꽤 성공적으로 부흥해냈다. 시즌 초반에는 1점대 평균자책점의 필승 불펜으로 신인왕 경쟁 구도속에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박지훈에게는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바로 체력. 시간이 갈수록 초반의 강렬한 모습이 사라지면서 아직 6개월에 이르는 풀타임 프로시즌을 소화할 만한 체력적 준비가 부족한 햇병아리라는 게 입증됐다.
하지만 박지훈을 탓하는 이는 없었다. 체력 문제야 신인들이 늘 겪는 문제고, 또 앞으로 다지면 되는 일이다. 오히려 신인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팀의 필승조 역할을 끝까지 수행해낸 그 배짱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50경기에 나와 61⅓이닝 동안 3승3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38의 성적은 신인으로서 꽤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성적표다.
성취감과 좌절감이 교차했던 루키 시즌은 끝났다. 이제 박지훈은 2년차를 맞이해 또 다른 성장을 준비중이다. 지난해에 문제점으로 여실히 들어났던 체력을 보완하고, 구위와 수싸움 능력을 더 보강해 지난해의 딱 두 배만큼 홀드를 올린다는 구체적 계획도 세워놨다. 박지훈은 "지난해 한번 경험해봤으니 올해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변수는 앞서 언급한 '소포모어 징크스'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 '2년차 징크스'의 주요 원인은 지나친 의욕이라는 의견이 많다. 루키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다짐이 지나치게 강하게 각인되면 오히려 부담감으로 이어지고, 이게 신체 밸런스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홀드 목표치를 두 배로 올린 박지훈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현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치르는 실전 연습경기를 통해 박지훈이 부담감을 털어내야 한다. 성취감과 좌절감을 미리 체험해보면서 심리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마음의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다면 '2년차 징크스'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징크스에 발목을 잡히지만 않는다면 박지훈의 20홀드 목표는 한층 쉽게 달성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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