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부터 시작되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팀의 분위기를 만드는 '목소리' 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1,2회 대회 때 이 역할을 한 선수가 가와사키 무네노리(전 시애틀)였다. 가와사키는 2010년 소프트뱅크 시절에 용병으로 합류한 이범호(KIA)가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항상 큰 소리로 격려를 했다. 항상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가와사키는 일본대표팀 덕아웃에서도 계속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러면 이번 한국대표팀에서는 어떤 선수가 큰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울까. 지난 19일에 대만에서 열린 WBC 한국대표팀과 NC의 연습경기. 한국대표팀 덕아웃 위에 위치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이를 확인해 봤다.
자주 들린 목소리의 주인은 서재응(KIA)이였다. 서재응의 목소리는 잘 울려퍼지는 편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표팀이 0-1으로 뒤지던 8회말 공격. 2사 만루에서 3번 이승엽(삼성)이 타석에 들어갔다. 순간 서재응은 "워! 왔다~.역시 (이승엽 앞에서 찬스가) 왔네~"라고 소리를 질렀다.
또 9회초 2사1루에서 NC 대주자 박으뜸이 도루를 시도했는데, 9회초부터 포수로 출전한 진갑용(삼성)이 좋은 송구로 이를 저지했다. 그러자 이대호(오릭스) 등 많은 선수들이 진갑용을 향해 "이~야, 살아있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진갑용은 경기중이라서 웃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런 목소리가 좋을 때만 나오는 건 아니었다. 경기전 수비훈련 때 3루수 최 정이 가벼운 실수를 했다. 최 정이 멋쩍은 듯 웃자 이대호는 바로 "웃지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일본의 경우 아무리 후배라고 해도, 다른 팀 선수의 실수를 지적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에서는 별 상관이 없어 보였다.
사실 젊은 선수가 스스로 알아서 먼저 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선배가 독려해 분위기 메이커로 나서는 경우가 있었다. 경기중의 덕아웃에서는 계속해서 "상수야!"라는 소리가 나왔다. 23세로 대표팀 막내인 김상수(삼성)에게 선배들이 분위기를 나서서 띄우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김상수는 그 소리를 듣고 움직였다.
연습경기 답게 코치의 목소리도 있었다. 7회초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정대현(롯데)이 1사후 NC 김태군을 3구 삼진으로 잡았다. 그러자 양상문 수석코치는 포수인 강민호(롯데)를 향해 "(강)민호야 쉽게 하지 마라. 여러가지 던져"라고 소리쳤다. 타자를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습경기에서는 투수의 공을 체크해야 한다. 정대현은 다음 타자 이현곤을 상대로 좌우와 위아래 각 코스에 공을 9개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목소리는 팀 상태를 보여주는 잣대 중의 하나다. WBC 경기를 TV나 관중석에서 보면서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지 상상한다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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