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투자증권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게 골자. 금융계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사고의 원인이 대부분 내부 관리만 철저히 해도 막을 수 있었던 만큼 '내부 시스템'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KB투자증권 전현직 직원에 견책, 주의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위탁증거금을 납부하지 않은 투자자의 주문을 받은 것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투자증권 3개팀 직원 8명은 2010년부터 1년여 동안 동안 선물·옵션 계좌에 사후위탁증거금이 납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산상으로 돈이 납부된 것처럼 선입금처리해 신규 주문을 가능토록 했다.
불법행위는 영업지원팀의 지원하에 이뤄졌다. 사후위탁증거금이 납부 되지 않을 경우 영업지원팀에 요청만 하면 납부된 것으로 전산처리를 하는 등 편법이 동원됐다.
이 같은 지원은 1025회에 걸쳐 이뤄졌고, 금액으로 따지면 2125억원에 달했다.
특히 선입금한 87개 계좌에서 268회에 걸쳐 7조3203억원(위탁증거금 필요액 1769억원) 상당의 신규 주문을 수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게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객이 위탁증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매매주문의 수탁을 거부해야 한다. KB투자증권의 선임금 전산처리는 불법인 셈. 특히 전산처리과정에서 단순한 직원 실수가 아닌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를 두고 금융계 일부에선 창의적 사고가 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노치용 KB투자증권 대표가 2013년 신년사에서 "증권업계 전반에 걸친 변화로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한 것을 빗댄 말이다. 물론 사건의 시점은 노 대표의 2013년 신년사와 동떨어져있다. 사후위탁증거금 관련 사고는 2010~2011년에 이뤄졌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최근 KB투자증권의 사고로 인해 증권가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반감이 확대 해석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KB투자증권은 사후위탁증거금 적발 외에 1월 직접주문전용선(DMA) 사고를 일으키며 증권가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단위의 선물 주문 실수가 발생한 것. 금감원은 KB투자증권의 선물 주문 실수가 발생한 이후 증권사 전반에 대해 DMA검사에 착수했다.
DMA는 트레이딩 데스크와 거래소를 직접 연결하는 고속 매매시스템을 의미한다. 수익률에 민감한 기관들이 거래 체결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단축할 목적으로 탄생, 최근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르고 있다. 거래의 특성상 규모가 큰 고객들도 많아 금감원의 검사 때문에 규제가 늘어나면 국내 위탁사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증권가 관계자들이 KB투자증권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KB투자증권이 1월 DMA계좌를 통해 15조원에 달하는 선물 실수를 낸 것을 계기로 금감원이 증권사 대부분에 대해 DMA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실제 KB투자증권의 주문 실수에서 문제가 됐던 주문의 적합성과 결제 리스크 등 매매 주문처리 시스템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시장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될 수 있으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한다고 밝혔지만 위규 행위가 여러 차례 발견될 경우 전수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KB투자증권이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은 아니겠지만 사고 이후 증권가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컸다"며 "최근 위탁증거금 관련 제재 등의 문제도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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