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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 첫 '엄마 선수' 홍경숙 "세상이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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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대교 수비수 홍경숙은 WK-리그 최초의 '엄마 선수'다. 홍경숙이 27일 고베 아이낙과의 한중일 친선교류전이 열린 일본 효고현의 고베 유니버시아드 스타디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베(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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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 대부분의 여성 선수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선수로 뛰고 싶은 욕심 만큼 한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되는 꿈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 하나 소홀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외에서는 여러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엄마 선수'는 생소하기만 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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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대교 수비수 홍경숙(29)은 WK-리그 최초의 '엄마 선수'다. 2011년 11월 14일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뒤, 피나는 노력 끝에 지난해 7월 복귀했다. 올해는 2년여 만에 풀타임 선수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지도자-구단 배려가 '엄마 선수'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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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11년 2월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시기였다. 고향 강릉 출신인 예비신랑과의 속도위반이 임신으로 연결됐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박남열 현 성남 일화 코치에게 이실직고 했다.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박 코치는 "축하한다. 건강하게 아이를 낳고 복귀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된다"고 다독였다. 그러나 구단이라는 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 코치는 "구단에는 부상 재활로 알릴테니 당분간 쉬고 있으라"며 안심을 시켰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될 구단에서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걱정은 기우였다. 대교는 홍경숙이 출산 뒤 돌아와 활약할 수 있다는 약속으로 새 생명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홍경숙은 "열린 생각을 가진 구단과 지도자가 없었다면 출산 후 복귀는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1년 6월 5일 고향 강릉에서 친지, 하객들의 축하 속에 식을 올린 홍경숙은 5개월 뒤 3.7㎏의 건강한 아들 심우주군을 낳았다.

살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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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뒤에는 복귀가 문제였다. 체중이 30㎏까지 늘어버린 것이다. 2~3㎏만 체중이 올라도 움직임이 달라지는게 선수다. 출산 뒤 자연스럽게 체중이 빠진다는 모유수유도 해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단다. 결단을 내렸다. 아이는 친정 어머니에게 맡기고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걷기부터 근력, 유산소 운동을 차분하게 진행했다. 식단조절과 다이어트도 빠질 수 없었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것 만큼 지독하게 몸을 만들었다. 결국 지난해 7월 복귀 때 정상 체중이 2~3㎏을 웃도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홍경숙은 7월 복귀 이후 대교의 WK-리그 후반기 일정 대부분을 소화하면서 팀의 리그 2연패에 일조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 다시 운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알고보니 일본에서도 아이를 낳고 현역으로 뛰는 선수는 없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엄마 미소와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더라. 그런데 아들이 볼만 가지고 노는 걸 보면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본인만 좋다면 선수로 키워보고 싶다."

애틋한 모정, 그리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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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선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원정이다. 오랜기간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미안함과 그리움이 사무친다. 홍경숙의 모정도 다르지 않았다. "1월 터키 전지훈련 때는 매일 집에 전화를 했더니 이제 아이가 핸드폰을 보면 '엄마'라고 부른다. 집에 들어간 뒤 엄마가 행여나 어디로 갈까봐 따라 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아들이 크면 엄마가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모습을 꼭 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홍경숙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만 해도 대표팀의 주축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쟁쟁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줬지만, 풍부한 경험과 출중한 실력은 당장 태극마크를 달아도 손색이 없는 선수로 꼽힌다. 대표팀 복귀의 꿈은 없을까. "지금 후배들이 잘 해주고 있다. 후배들이 노력해서 여자 축구를 더 키우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홍경숙은 올 시즌 아들의 응원 속에 그라운드를 누비는 꿈을 꾸고 있다.
고베(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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