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왔던 울분을 폭발시킨 결과였을까. 시범경기 부진으로 골치를 앓던 롯데 타선이 LG 마운드를 상대로 단단히 화풀이를 했다.
롯데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 2차전에서 장단 16안타를 몰아치며 9대2로 완승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승패에 큰 의미가 없는 시범경기라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아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를 치르며 가장 많이 뽑아낸 점수가 3점. 거기에 15일 삼성전과 19일 LG전에서 2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고 있던 중이었다.
김 감독은 이날 LG전을 앞두고 타순 교체를 시도했다. 전날 경기에서 시범경기에 첫 출전하는 강민호를 4번에 배치한데 이어, 이날 경기에서는 톱타자 후보로 내세웠던 황재균을 6번으로 내리고 4번 후보이던 전준우를 1번에 배치했다. 김 감독은 이에 "큰 의미는 없다"라고 말했지만 터지지 않는 타선에 대한 답답함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침체된 분위기가 문제다.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 잘 안맞아도 당당해야 하는데 선수들 모두가 위축되니 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다운된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답답해하는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롯데 타선은 경기 시작부터 힘을 냈다. 1회 조성환의 3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후, 4번 강민호의 투런포까지 터지며 3-0 리드를 잡았다. 한 이닝에 이번 시번 시즌 시범경기 최다득점 기록 타이를 이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5회, 6회, 7회 각각 2점씩을 뽑아내며 LG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볼넷을 1개도 얻어내지 못했지만 16안타를 때리며 9점을 얻어냈다. 매 이닝 연속안타로 찬스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롯데가 지향해야 할 야구의 표본을 보여준 경기였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힘있는 타자들이 많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작전을 위주로 한 조직적인, 그리고 짜임새 있는 야구를 펼쳐야 한다"라며 "롯데 타선이 매우 끈끈해졌다는 얘기를 듣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롯데 타자들은 큰 스윙을 최대한 자제하고 갖다 맞히는 타격으로 재미를 봤다. 좌타자들은 좌익수 방면으로, 그리고 우타자들은 우중간을 밀어친 안타가 많이 나온 이유였다.
또, 4번 강민호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이유도 설명이 된 경기였다. 아무리 짜임새 있는 공격을 추구한다 해도 중심에서 힘 있는 스윙을 해주는 타자가 필요한 법. 이대호, 홍성흔이 빠져나간 롯데 타선에서 그 역할을 해줄 선수는 강민호 뿐이었다. 박 코치는 "강민호는 해결사 본능을 가지고 있고 경험도 많다"고 설명했다. 당초 4번 후보로 지목했던 전준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전준우도 4번 후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민호가 조금 더 낫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강민호는 4번으로 출전한 2경기 만에 시원한 홈런포를 때려냈다.
롯데는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분위기를 가장 잘 타는 팀이다. 특히 타선이 그렇다. 한 번 침체되면 깊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지만, 살아나기 시작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할 정도로 무섭다. 바닥을 찍었다. 그리고 확실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21일 NC와의 경기 결과가 궁금해진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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