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뛴다더니 안 뛰네? 설마 못 뛰는 건가?'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올해 1군 리그에 참여하게 되는 9개의 프로팀들이 화끈한 정면 승부로 명승부를 펼쳐내고 있기 때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차출됐던 선수들도 조금씩 정상 궤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팬들의 앞에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선수들이 정규시즌에 버금가는 기량을 보이고 있는 까닭에 팬들의 기대감 역시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KIA는 20일 기준으로 팀 홈런 2위(4개) 장타율 1위(0.364)와 출루율 2위(0.371) 득점 2위(37개)의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선굵은 야구를 펼치고 있다. 순위도 두산에 이어 2위다.
그러나 이렇듯 화려하게 보이는 KIA의 공격에서도 유독 부족해 보이는 부문이 눈에 띈다. 더군다나 그 부문은 올해 초부터 선동열 감독이 가장 강조했던 부문이다. 눈썰미가 있는 팬들은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정답은 바로 '도루'다. 선 감독은 지난 1월, 팀의 첫 훈련을 시작하며 올해의 목표로 '우승'을 제시한 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기동력 강화'를 주문했었다. 당시 선 감독은 "김주찬의 가세로 기동력이 더 강화됐다. 게다가 도루 능력이 있는 기존 선수들도 많이 뛰도록 하겠다. 그래서 올해 팀 도루 200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KIA는 눈에 띄게 도루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20일까지 총 7경기에서 7개의 도루를 성공해 경기당 1개 꼴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화 NC(이상 5개)에 이어 9개 구단 중 세 번째로 적은 숫자다. 전체 1위 넥센(17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뿐만 아니라 도루 시도횟수 자체도 적다. 7경기에서 9번 밖에 시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9차례의 도루 시도 중 7번 성공했다는 결론이다.
도루성공률은 좋은 편이지만, 시도 자체가 적다보니 전체 도루수가 저조한 것이다. 팀 창단 후 최초, 그리고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 '한 시즌 팀 200도루'에 도전한 팀 치고는 어딘지 싱거운 느낌도 든다. 그렇다면 선 감독의 계획이 벌써부터 틀어진 것이라고 봐야 할까?
결론은 '아니오'다. 오히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우선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최종 리허설'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올인'할 필요는 없다. 괜히 그러다가 전력이 다 노출되거나 최악의 경우 선수가 다치면 손해가 막심하다. 가능한 서서히 주전과 백업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전반적인 팀 전력을 조율하는 편이 낫다. 그렇게 보면 도루 시도횟수가 적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아니다.
두 번째로 도루 자체가 갖고 있는 리스크 때문이다. 도루는 몸의 자세를 낮추고 잔뜩 긴장한 채 상대 투수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순간적으로 튀어나간 뒤 슬라이딩을 감행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발목부터 시작해 종아리와 허벅지 허리에 이어 상체까지 온 몸 근육과 관절의 순간적인 움직임과 폭발력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체력 소모도 크고, 부상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고는 해도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하다. 스트레칭을 한다고 해도 근육이 경직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날씨에서 순간적으로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운동을 하면 근육을 다치기 쉽다. 도루가 이에 해당한다. 더불어 도루는 슬라이딩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나 베이스, 공과의 충돌, 그라운드와의 마찰 등이 자주 일어난다. 그만큼 부상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보면 시범경기에서 굳이 도루를 시도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나 KIA는 지난해 선수들의 부상으로 크게 고생한 경험이 있는 팀이다. 그래서 선 감독도 부상 방지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선수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승패가 크게 의미없는 시범경기 기간에는 부상 확률이 큰 도루를 되도록 자제하게 되는 것이다. 김주찬이나 이용규 김선빈 안치홍 김원섭 등은 지금 시기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도루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참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KIA에는 선수들의 무한 도루시도권을 허용하는 '그린 라이트'가 켜진 것이 아니라, '일단 정지'를 의미하는 '레드 라이트'가 빛나고 있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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