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이천수(32·인천)가 마침내 K-리그 클래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천수는 3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에서 후반 7분 교체투입됐다. 이천수가 K-리그에 출전한 것은 지난 2009년 6월20일 전북전 이후 1381일만의 일이다.
인천-대전전의 관심사는 온통 이천수 출전여부에 쏠렸다. 풍운아의 복귀전에 수많은 취재진이 인천을 찾았다. 경기 전 김인완 대전 감독이 "꼭 챔피언결정전 같네요"라고 농을 던질 정도였다. 이천수는 지난달 27일 인천에 입단했다. 2009년 K-리그를 떠난 이후 3년 6개월여 만에 한국 무대 복귀였다. 그러나 '무적 신세'로 보낸 1년여의 생활이 가져다준 공백은 상당했다. 겨우내 재활과 체력 훈련을 거듭하며 몸만들기를 했지만 몸은 여전히 무거웠다. 지난 한 달간 이천수는 팀 훈련에 합류해 개인 훈련까지 소화하는 등 그라운드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천수의 투입시기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던 김봉길 인천 감독은 마침내 OK사인을 내렸다.
경기 전 만난 김봉길 감독은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이천수의 몸상태가 정확히 100%는 아니다. 본인의 노력도 있었고, 동료들의 도움이 있어 생각보다 빠르게 몸상태를 올렸다"며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하고 싶다. 긴박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면 본인도 부담이 있을 것이다. 최대한 편안한 상황에서 이천수를 넣어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는 김 감독의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인천은 전반전 부진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 43분 이웅희에 선제골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관중들의 눈과 귀는 이천수를 향해 있었다. 전반 몸을 풀기위해 이천수가 움직이자 많은 팬들이 박수를 보냈다. 인천은 후반 3분 안재준의 동점골을 터뜨린 후 곧바로 4분 뒤 다시 주앙파올로에 역전골을 허용했다. 후반 승부수를 띄우겠다던 김 감독은 마침내 후반 7분 이천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등번호 10번의 이천수가 투입되자 우뢰와 같은 함성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뒤덮었다.
최전방 디오고 밑 섀도 스트라이커가 이천수의 자리였다. 투입과 되자마자 드로잉 상황에서 첫번째 터치를 했다. 몸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후반 10분에는 수비 두명을 붙이고 경쾌한 드리블을 시도했다. 인천팬들은 이천수가 볼을 잡을때마 엄청난 함성을 보내며 '돌아온 인천의 아들'을 응원했다. 19분에는 멋진드리블로 아크정면에서 슈팅까지 날렸다. 어떻게든 자신이 마무리하겠다며 자신감 넘치던 전성기 모습 그대로였다. 32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오른발 발리슈팅을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벗어났다. 이천수의 장기인 세트피스에서는 아직 완벽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후반 13분에는 프리킥, 31분과 34분에는 코너킥을 시도했지만 예전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분명 성공적인 복귀전이었다. 1년을 넘게 쉰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2~3경기 정도 후에는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천수가 볼을 잡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하는 기대감은 여전했다. 분명 그의 스피드와 기술은 예전만 못했지만 이천수는 이천수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팬들은 열광했고,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주목했다. 이천수는 그렇게 K-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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