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용 감독과 KIA 선동열 감독이 마침내 첫 맞대결을 펼쳤다. 한화는 2일 대전구장에서 KIA를 상대로 시즌 홈 개막전을 벌였다. 30여년간 사제지간의 정을 쌓아온 두 거물 사령탑의 첫 만남이라 경기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둘은 지난달 시범경기때 광주에서 두 차례 경기를 가졌으나, 역사적인 의미의 첫 공식 대결은 이날 이뤄졌다. 지난 2004년 삼성 시절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 했던 두 사람은 경기를 앞두고 '비밀리'에 인사를 나눴다. 선 감독은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한화 덕아웃 뒤쪽에 마련된 감독실로 김 감독을 찾아갔다.
비밀리에 만난 사연
경기전 김 감독은 선 감독이 인사를 하러 왔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까 뒤에서 몰래 만났다. 기자들이 많이 와서 그랬다"며 농담조로 말했다. 선 감독 역시 "오늘 기자들이 많이 올 것 같아서 뒤에서 만나 뵈었는데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굳이 사제지간이라는 관계를 강조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인사를 주고받기는 부담스러웠다는 이야기다.
경기전 둘은 '비밀 회동'을 통한 간단한 인사로 첫 맞대결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그보다 김 감독은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의 개막 2연전을 연속 역전패 당한 것이 여전히 아쉬웠던 모양이다. 김 감독은 "확 져버리면 잠이라도 잘오는데, 그날은 분해서 잠도 오지 않더라"라며 혀를 찼다. 당시 한화-롯데전을 TV로 봤다는 선 감독은 "속으로 한화를 응원했는데, 참으로 아까운 경기였다. 감독님을 비롯해 선수단이 충격이 컸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선 감독은 한화가 부산에서 1승이라도 거두고 오기를 바랐단다. 연패중인 팀과의 대결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스승인 김 감독과 처음으로 승부를 벌이게 됐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
이날 둘의 첫 대결은 경기 내내 치열했다. 두 감독은 부상 선수를 제외한 주전 타자를 모두 선발 라인업에 포진시켰다. 선 감독은 4번에 기용하려 했던 이범호가 경기전 하위타순에서 쳤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 그를 7번으로 내린 것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라인업을 가동시켰다. 김 감독 역시 평소처럼 이대수-오선진의 테이블세터에 김태완 김태균 최진행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그대로 들고 나갔다. 하지만 경기 내내 마음을 졸인 쪽은 김 감독이었다. 한화는 1회 김태균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지만 얼마 못가 역전을 허용했다. 김 감독이 늘 우려했던 투수들의 볼넷과 야수들의 실책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KIA는 0-1로 뒤진 3회초 2사후 김선빈의 볼넷, 이용규의 사구로 만든 1,2루 찬스에서 김주찬이 우익수쪽으로 2타점 3루타를 날린데 이어 우익수 김태완의 송구실책을 틈타 홈을 밟아 3-1로 달아났다. 선발 김혁민의 제구력 난조, 야수의 실책이 한꺼번에 겹쳤으니 김 감독은 허탈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3-3이던 5회초 김혁민이 볼넷 3개와 안타 2개를 한꺼번에 허용하며 2점을 내주자 덕아웃 뒤쪽으로 허탈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 감독은 투수 교체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일주일의 첫 경기로 불펜을 아껴하는 상황. 비록 5점을 줬지만, 김혁민을 6회까지 던지게 했다. 그리고 7회초 위기가 이어지자 김 감독은 김광수 마일영 정민혁 윤근영 등 무려 4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또다시 1실점. 반면 선 감독은 선발 양현종을 6회까지 던지게 한 뒤 6-3으로 앞선 7회부터 최향남 유동훈 앤서니 등 필승조를 투입해 리드를 지켰다. 선 감독이 삼성 코치시절 김 감독으로부터 투수 교체에 관한 노하우를 배웠다고 했지만, 이날 두 사령탑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비교하기엔 마운드 전력차가 너무도 컸다. 김응용 감독의 현장 복귀 첫 승은 제자 선 감독과의 첫 맞대결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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