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의 방망이가 마침내 폭발했다.
이승엽은 10일 대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시즌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승엽은 1-0으로 앞선 6회말 1사 1,2루 3번째 타석에서 한화 선발 바티스타로부터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낮은 코스로 들어온 142㎞짜리 컷패스트볼을 걷어올렸다. 비거리 125m로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힌 타구였다. 시즌 6번째 경기, 25번째 타석에서 반가운 대포가 터진 것이다.
이승엽이 과연 시즌 첫 홈런을 계기로 타격 페이스를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시즌초 이승엽의 타격감은 바닥이다. 류중일 감독 조차도 "안좋네.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전날까지 타율 1할5푼에 홈런없이 2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을 치기 전 두 타석에서도 모두 땅볼로 물러났다. 지난 5일 대구 NC전에서 4회 2루타를 친 뒤 12타석 연속 안타를 치지 못했던 터다.
일단 홈런을 통해 짜릿한 손맛을 봤기 때문에 상승세를 탈 가능성은 높다. 홈런을 치는 과정이 좋았다. 바티스타의 초구를 파울로 걷어낸 이승엽은 2구째 130㎞짜리 커브를 볼로 골랐다. 바티스타의 커브는 스피드와 떨어지는 각도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3구째 컷패스트볼이 낮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구종을 예상한 듯 이승엽은 방망이를 가볍게 내밀었다. 분명 실투는 아니었다. 가운데 약간 몰리기는 했지만, 낮은 코스에서 형성된 제구가 제대로 된 공이었다. 타구는 크게 포물선을 그린 뒤 전광판 오른쪽 관중석 상단에 떨어졌다. 정확한 선구안, 완벽한 중심이동, 부드러운 스윙 등 이승엽이 홈런을 칠 때 발휘하는 3요소가 모두 가동됐다.
두 번째는 자신감이다. 삼성은 이승엽의 홈런으로 스코어를 4-0으로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 부분은 의미가 작지 않다. 보통 중심타자가 부진할 경우 전체 타선이 침묵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행히 삼성은 시즌초 배영섭 최형우 박한이 조동찬 등 주요 타자들의 타격감이 괜찮은 편이라 이승엽의 부진이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이 계속해서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날 경우 주변 타자들도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류 감독도 이점을 우려했었다. 하지만 이날 삼성은 이승엽의 홈런을 앞세워 경기 흐름을 완전히 빼앗아왔다.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하는 이승엽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후 이승엽은 "자신감 없으면 그만 해야 한다. 항상 자신감은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해 시즌 첫 홈런을 4월15일 대구 넥센전에서 기록했다. 시즌 7경기만에 대포를 가동했다. 당시 이승엽은 첫 홈런을 계기로 이후 8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보다는 올시즌 페이스가 조금은 빠른 편이다.
이승엽은 "아직 멀었다. 그동안 컨디션이 안좋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준비 자세가 안되니까 스윙이 잘 안되는거였다. 감독님하고 코치님도 말씀하셨는데, 중심이 상체쪽으로 쏠려 있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며 최근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홈런을 친 순간 타격 밸런스는 완벽에 가까웠다. 류중일 감독은 "그동안 하체가 좀 덜 모이는 타격을 했다. 상체로만 쳤다는 얘기다. 오늘 홈런은 하체에 모은 힘으로 친 것이다. 홈런을 계기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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