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을 온전히 치르기 위해서는 정석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게 순리. 하지만 갑자기 닥쳐오는 위기에 변칙 작전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도 있다. 21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삼성과 롯데가 그랬다. 문제는 마운드. 양팀 모두 새로운 카드를 실험했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롯데 김시진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새로운 마운드 운용법을 선보였다. 먼저 삼성부터 보자. 류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발 요원인 차우찬을 불펜으로 돌린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초반 6인 선발 체제를 선보였던 류 감독은 올해도 장원삼-윤성환-배영수-차우찬에 외국인 투수인 밴덴헐크와 로드리게스로 이어지는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시도했다.
하지만 불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좌완 권 혁과 백정현이 나란히 부진에 빠져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류 감독은 좌완 선발요원 차우찬을 불펜으로 돌리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대현 김사율의 동반 부진으로 뒷문이 무너진 롯데는 더욱 급박한 상황이다. "롯데 마무리는 정대현"이라고 강조해온 김 감독도 19일 경기에서 김성배와 강영식을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실상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21일 삼성전에서는 5회 일찌감치 정대현을 투입했다. 심적 부담이 큰 마무리 상황 보다는 경기 중간에 마운드에 올려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였을까. 두 사람 모두 최악의 투구를 했다. 정대현은 4-4로 맞선 5회말 1사 1루에 등판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신명철에게 우전안타, 조동찬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지영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기는가 했지만 김상수에게 3타점 2루타를 맞았다. 정상 컨디션의 정대현이 던진 공이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큰 타구였다. 최근 밸런스가 무너지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야심차게 등장한 차우찬도 허무하게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삼성이 5회말 3점을 뽑아 7-4로 앞선 상황에서 6회 선발 배영수를 구원등판한 차우찬은 첫 타자 장성호에게 2루타를 내주고 폭투까지 해 3루까지 보내더니, 강민호에게도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차우찬은 곧바로 안지만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위기도 아니었고, 5회 클리닝 타임 이후 등판이었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덜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이었지만 류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삼성의 좌완 불펜, 롯데의 마무리 부재 모두 양팀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두 사람이 제 역할을 해줘야 숙제를 빨리 풀어낼 수 있는 삼성과 롯데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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