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미드필더 김성준(25)은 '성실함의 아이콘'이다. 성남 관계자들은 "김성준이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범적인 선수"라며 입을 모은다. 대전 소속이던 지난해 신태용 전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신 감독은 김성준의 엄청난 활동량에 마음을 빼앗겼다. 2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선 김성준이 반드시 필요했다. 김성준은 지난시즌이 끝난 뒤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성남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무명인 탓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경남에서 둥지를 옮긴 윤빛가람(제주)의 이름 값에도 한참 밀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윤빛가람보다 김성준의 능력을 높이 샀다. 활동량, 볼 키핑력, 패스워크 등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활용 가치가 높았다. 지난해 성남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바람에 김성준의 진가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시즌 김성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가 21일 울산전(1대0 승)에서 팀에 3연승을 선물했다. 후반 15분 하프라인부터 20m를 질주한 뒤 아크 서클에서 빨래줄같은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뒤 가장 먼저 생각난 이는 부모님이다. 경남 진주에 거주하는 부모님은 아들의 전 경기를 직접 관전한다. 김성준은 "부모님 앞에서 골을 넣어 기분이 남다르다. 경기가 끝난 뒤 부모님께서 '축하한다.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열심히 하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김성준은 '결승골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31일 대구전에서도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42분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터뜨렸다.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는다. 여기에 또 한 경기가 추가됐다. 14일 전북전(2대1 승)이다. 310일 만의 기다림 끝에 얻은 값진 승리였다.
김성준은 '희생'이란 단어를 잘 아는 선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살림꾼 역할을 한다. 김성준은 "안익수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부분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에 대한 신뢰를 말씀하신다.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다른 동료들을 탓하지 말라'고 하신다"고 전했다.
김성준에게 축구는 꿈, 그 자체다. 그는 A대표와 유럽 진출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중이다. 그는 "아직 기량이 많이 모자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꿈을 달성하려는 열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꿈에 대한 간접 체험도 했다. 자비를 들여 지난 2년 동안 영국과 스페인 축구를 관전했다. 김성준은 "유럽을 다녀온 뒤 유럽진출에 대한 갈망이 더 강해졌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같은 경우 관중, 분위기, 등장 음악에 소름이 끼쳤다. 여행도 많이 했는데 어떤 여행지보다 경기를 볼 때 가장 큰 전율을 느꼈다"고 전했다.
꿈이 이뤄지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김성준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롤모델을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로 삼은 이유다. 김성준은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패싱 능력,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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