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용의(28)는 길다. 팔 다리 목(그래서 별명이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캐릭터 '또치'다)이 모두 길쭉길쭉하다. 프로필 상 1m87에 74kg. 한 눈에 봐도 너무 말랐다. "살이 쪄야 하는데…"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나이.
그는 1루수다. 통상 한방을 날릴 수 있는 해결사 포지션. 한 때 그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의장대에서 현역 생활을 마친 뒤 제대해 복귀한 지난 시즌. LG에 부임한 김기태 감독은 무명인 그에게 출전 기회를 줬다. 성실한 모습에 가능성을 걸었다.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다. 풀 스윙을 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담장을 넘기는 타구도 2개 기록했다. 하지만 파워히팅은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헛스윙이 많았다. 헛스윙 비율 13.3%. 200타석을 넘긴 타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83경기 219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삼진 50개. 4타석에 한번꼴로 삼진을 기록한 셈. 48안타(0.247)와 17개의 볼넷을 감안하면 많은 수치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확실한 제 스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른) 다리를 들었다 놓으면서 크게 휘둘렀죠. 그러다보니 삼진이 너무 많았어요."
본전도 못 건졌다. 딱히 장타도 많지 않았다. 48안타 중 2개의 홈런과 4개의 2루타가 전부. 장타율은 0.299로 3할을 넘지 못했다. 배영수 윤석민 송승준 같은 노련한 상대 투수는 의욕 넘치는 김용의를 농락했다. 긴 팔에 이어져 흔들리는 배트를 보는 순간 몸쪽 약점이 크게 보였다. 몸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했다.
김용의의 긴 팔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가장 긴 골프채인 드라이버 처럼 원심이 커졌다. 당연히 타이밍도 한박자 늦었다. "제가 히팅 타이밍이 조금 늦어 좌-중간으로 타구가 많이 갔어요. 그러다보니 몸쪽 승부가 더 늘었던 것 같아요."
복귀 첫 해의 시행착오. 생각을 바꿨다. 장타 욕심을 버렸다. 세게 치는 것 보다 정확하게 치는 것이 급선무란 생각. 바뀐 마인드로 겨울 훈련을 시작했다. 우선 스트라이드를 고정했다. 흔들림을 방지해 헛스윙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몸쪽 대처를 위한 강도 높은 훈련도 병행했다. 서용빈 코치 등 코칭스태프가 몸을 향해 던져주는 고무공을 몸에 맞기 전에 짧고 빠른 스윙으로 걷어내는 반복 훈련. 지금도 경기 전 거의 매일 거르지 않는 훈련 중 하나다. 강타자 출신 김기태 감독도 틈 나는 대로 김용의에게 왼 팔이 몸에 붙은 채 빠르게 투수 쪽으로 나오는 자세를 주문한다. 인 앤 아웃 스윙을 통한 몸쪽 대처를 위한 매뉴얼이다. 타석에서 홈플레이트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서 선다. "몸쪽 공략이 편해졌어요. 전 팔이 긴 편이어서 조금 떨어져 서도 어지간한 바깥쪽 공에 배트가 닿거든요."
길을 찾자 쉬지 않고 달렸다. 성실함만큼은 팀 내 최고. 타고난 유연성까지 더해지니 타석에서의 집중력과 순간 대처 능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지난 18일 광주 KIA전. 8-12로 뒤진 8회 1사 만루에서 KIA 좌완 박경태와의 11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뽑아낸 2타점 중전 적시타는 김용의의 변화를 잘 보여준 장면. 투스트라이크 이후 몸쪽에 꽉 차는 공을 부단히 연습한 짧은 스윙으로 걷어낸 끝에 맛본 짜릿함이었다. 팀을 3연패 스윕에서 건져냈던 인상 깊었던 순간이었다.
김용의는 25일 현재 17경기에서 타율 0.385을 기록중이다. 규정타석에 8타석 모자라지만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이다. 눈에 띄는 건 삼진 갯수다. 47타석에서 단 3개 뿐이다. 4~5타석에 1개 꼴이던 삼진이 15~16타석에 1개 꼴로 확 줄었다. 이런 페이스라면 지난 시즌 219타석을 기준으로 삼진이 14개에 불과하게 된다. 무려 3배 이상 줄어든 수치다. 대가도 있다. 홈런과 2,3루타 등 장타가 단 1개도 없었다. 15안타가 전무 단타다. 하지만 조바심 낼 일은 아니다. 김용의에게 급선무는 정확성. 스위트 스팟에 정확하게 맞히는 히팅이 우선이다. 장타는 스피드를 통해 늘려갈 수 있다.
"올시즌 삼진이 많이 줄었어요"며 쑥스러운듯 웃는 김용의. 헛 된 땀방울은 없다. 하지만 땀을 흘린다고 이 정도로 확실한 단기 효과는 내는 경우는 드물다. 타고난 유연성이 더해진 결과. 무서운 강타자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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