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녹색 독수리' 에닝요(32)가 비상했다. K-리그 역사상 두 번째 60골-60도움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최소 경기로 60-60클럽에 가입하며 K-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에닝요가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포항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26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동국의 골을 도우며 K-리그 통산 60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전북은 에닝요의 활약 속에 포항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60-60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됐지만 시선은 '첫 번째' 역사에 더 쏠린다. K-리그 30년 역사에서 60-60을 달성했던 주인공은 신태용 전 성남 감독 뿐이었다. 신 전 감독은 2003년 5월, 통산 342경기만에 60-60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에닝요가 207경기만에 60-60클럽(80골-60도움)에 가입하며 신 감독의 기록을 무려 135경기나 앞당겼다.
더 강해져 돌아온 에닝요
에닝요의 기록은 K-리그 8시즌 만에 이뤄졌다. 브라질 클럽팀에서 활약하던 에닝요는 22세에 수원 삼성을 통해 K-리그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수원을 이끌던 김 호 감독의 눈에 그는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첫 시즌은 초라했다. 21경기에 출전해 2골-2도움에 그쳤다. 김 호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그도 한국 무대와 이별을 맞이했다. 그러나 에닝요는 2007년, 대구 FC의 부름을 받고 K-리그에 컵백했다. 2007년 4골-8도움으로 가능성을 보인 그는 이듬해 17골-8도움으로 득점 2위에 오르며 '특급 외국인선수' 반열에 올랐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뒤 '녹색 독수리'의 날개가 활짝 펴졌다. 뛰어난 재능에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득점과 도움에 눈을 떴다. 전북에서 5시즌 동안 57골-41도움을 올리며 역대 최소 경기로 60-60클럽까지 가입했다. 올시즌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겨우내 부상에 시달리며 동계훈련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킥력이 한 단계 더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큰 궤적을 그리며 골문으로 휘는 프리킥에 파워가 더해졌다. 올시즌 리그 6경기 출전에 벌써 3골을 넣고 2개의 도움을 올렸다. ACL에서는 3경기에 나서 2골을 넣었다. 에닝요는 "브라질에서 치료하는 동안 뛰거나 걷지를 못했다. 웨이트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 덕에 킥이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에닝요의 기록, 어디까지 갈까
"K-리그에서 큰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기쁘지만 팀이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 대기록을 세운 에닝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표정이 어두웠다. 시종일관 웃지 않는 그에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알고 있느냐'고 자세히 물었다. 이제서야 그는 "당연히 대단한 기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쁘지 않은게 아니라 전북의 우승으로 인한 기쁨보다 60-60클럽 가입의 기쁨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에닝요는 올시즌 전북과의 계약이 끝난다. 재계약 여부를 떠나 계약의 마지막 시즌인 만큼 최고의 한 해를 보고 싶다는 의욕이 강했다. 그래서 승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대기록의 기쁨을 가렸다. 그의 꿈은 컸다. 올시즌 더블을 목표로 삼은 전북의 목표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그는 "전북이 리그 우승에 이어 ACL과 FA컵에서도 우승을 해 트레블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에닝요의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이제 시선은 K-리그 역사에서 전인미답의 고지였던 70-70 작성에 쏠리고 있다. 70-70까지 도움 10개만을 남겨두고 있어 올시즌 K-리그에 새 역사가 쓰여질 수도 있다. 에닝요는 "개인적인 목표는 생각하지 않지만 올시즌 70-70 달성과 동시에 우승을 이루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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