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활발해진 트레이드. 이적생의 활약이 화제다.
김상현은 SK 이적 첫 경기에서 투런 홈런 포함, 4타수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서동욱도 넥센 이적 첫 경기에서 결승 2타점 3루타 등 멀티히트로 친정팀 LG에 비수를 꽃았다. 마치 다른 선수가 된 듯한 모습.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실력 변화? 결코 아니다. 그럴 틈도 없다. 실력은 그대로다. 다만, 분위기와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다. 김상현은 트레이드 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서동욱 역시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뒤 "아내와 함께 잠 한 숨 못잤다"고 했다. 그만큼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은 야구 인생의 큰 변화였다.
8일 SK는 기적을 연출했다. 두산전. 10점 차를 뒤집어 이겼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점수 차 역전승 신기록. 어떻게 가능했을까. '밑져야 본전'의 마음가짐이 이뤄낸 결과였다. 1-11로 뒤졌던 SK 타자들. 어차피 질 거 개인기록이나 올리자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배트를 돌렸을 것이다. 뒤늦게 두산이 수습에 나섰지만 어느덧 거대한 파도처럼 높아진 SK 타선의 넘실거림을 막아내기에는 불펜의 둑이 낮았다.
기나긴 연패에 빠진 팀.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다. 실력은 둘째 문제. 연패가 길어질 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심리적 부담감이 탈출에 발목을 잡는다. 최근 LG 경기를 보면 마치 긴 연패 중인 팀처럼 보인다. 투수, 타자 가릴 것 없이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어깨가 굳은 투수는 밀어던지고, 어깨가 굳은 타자는 반응 속도가 늦어진다. 좋은 결과가 나올리가 없다. 정작 LG는 4연패를 했을 뿐이다. 어느 팀이든 할 수 있는 흔한 연패 길이다. 5할 승률 기준 -3에 불과하다. 변수가 많아 진짜 중요한 여름 승부는 아직 멀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8일 넥센전에서 패한 뒤 감독 브리핑을 통해 이색적인 언급을 했다. "이번 주 -5(5할 승률 기준)까지 가도 괜찮으니 선수들이 부담 갖지 않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통상 그날 경기를 평가하고 간단한 다짐을 하는 시간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코멘트. 선수들이 부담을 털고 편하게 경기에 임해주기를 당부하는 말이었다.
오랜 '실패의 역사'는 후유증을 남긴다. 기나긴 시즌을 치르는 동안 모든 팀들이 불가피하게 맞닥뜨리는 사소한 문제들이 마치 엄청나게 큰 일처럼 다가온다. '실패의 시작이 아닐까' 지레 짐작하고 초조해진다. 스스로 무너지는 길이다. 현재 LG 선수단에게 필요한 것은 '밑져야 본전' 의식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4강 & 5할 승률'에 대한 초조감을 털어내야 한다. 사실 객관적으로 볼 때 LG는 4강 전력도 아니다. 시즌 전 LG를 4강 후보로 꼽은 전문가도 거의 없다. 한화, NC를 제외하면 사실상 LG보다 객관적 전력이 약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팀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4강, 5할 승률을 잊고 그냥 그라운드에서 활발하게 뛰어 놀며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편안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짜 자기의 숨은 실력이 나온다. LG는 객관적 전력이 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위권 팀들과 비교할 때 전력 차가 심각하게 나는 건 또 아니다. 의식하지 않고 '부담' 없는 야구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그토록 바라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제 시즌의 20%를 막 지난 시점. 본격적인 승부처의 문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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