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흔은 전날(11일) 상황을 되짚어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잠실 NC전. 5회 2-0으로 앞서고 있던 1사 만루의 상황. 김현수를 고의4구로 내보내고 홍성흔과의 맞대결을 선택했다.
NC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었다. 홍성흔은 올 시즌 유독 만루 상황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았다. 올해만 만루 상황에서 3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홍성흔은 "내 앞에 있는 (김)현수가 워낙 좋은 타자인데다, 내가 병살을 많이 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진욱 감독님이 농담으로 '너 혼자 죽어라'고 항상 하신다. 그 말씀이 생각났다"고 웃으면서 덧붙였다.
사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홍성흔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나도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병살을 많이 기록했다. 두산 팬들도 '홍병살'이라고 비판도 하고 안타까워하시는 걸 안다"며 "팀에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마음 속에 남아있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홍성흔은 일부러 "개의치 않는다"고 강조를 많이 한다. 극복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만루 상황이 부담이 되면 안된다. 이전 기억이 남아있으면 당연히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일부러 부담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팀이나 두산 팬들이 안타까워하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나마저 흔들리면 안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맞는 얘기다. 현재 홍성흔은 두산의 4번 타자다. 해결을 해야 한다.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두고 있다면 악순환의 반복이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성흔은 매우 노련하다. 정신력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만루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11일 만루 상황에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약간 짧은 타구였지만, 3루 주자 손시헌이 전력질주, 홈에 들어왔다.
홍성흔은 "(손)시헌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얕은 타구였는데 잘 들어와줬다"고 했다. 올 시즌 홍성흔으로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타석이었다. 결국 8회 투런홈런을 쳐냈다.
그는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다. 시즌 초반 좋지 않았다. 그러나 11일 현재 3할1푼9리, 3홈런, 2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점 부문 4위다. 페이스가 빠르다.
시즌 준비를 잘했고, 그를 괴롭혔던 만루 트라우마도 벗어나고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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