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제2의 박태준, 과연 볼 수 있을까?

by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오른쪽)이 생전 포항 스틸야드를 찾아 임직원과 함께 잡초를 뽑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Advertisement
포항 스틸야드에는 세대 차가 없다.

Advertisement
20~30대 젊은 팬들은 스스럼 없이 노신사의 얼굴을 담은 걸개와 머플러, 티셔츠를 입는다. 포항의 상징인 검정색, 붉은색 줄무늬에 빠지지 않는게 그의 얼굴이다. 포항 스틸러스의 산파 역할을 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다. 팬들은 스스럼 없이 '박태준 할아버지'의 이름을 연호하고 존경심을 표한다. 세대 간 격차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포항 구단의 진정한 레전드는 박 명예회장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포항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역사다. 전용구장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90년 유럽 경기장의 장점만을 따와 건설한 스틸야드는 박 명예회장이 품은 열정의 집약체다. 클럽하우스 건설도 마찬가지다. 각급별 유소년팀은 이제 포항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유망주풀이 됐다. 투자 만큼 축구사랑도 남달랐다. 수시로 스틸야드를 찾아 애정을 과시했다. 말년에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 내려와 선수단을 일일이 격려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Advertisement
40주년을 맞이한 포항 구단은 4335석 규모의 E석을 '청암존'으로 명명하기로 했다. 청암은 박 명예회장의 아호(雅號)다. 한국 축구 경기장 중 특정 구역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유가 최근 27년 간 구단을 위해 헌신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기리고자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 관중석 한켠을 '알렉스 퍼거슨 스탠드'로 명명한 일은 있다.

세월이 흘렀다. 박 명예회장이 뿌려놓은 씨앗은 싹을 틔웠다. 그런데 성장은 더디다. 풍파가 만만치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정점을 찍었던 축구열기는 10년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구단 경영의 질은 기업-시도민으로 양극화 된 지 오래다. 장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모두가 허리띠를 동여매고 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던 기업구단도 최근엔 모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흥행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투자 대비 성과라는 선순환 구조가 없는 마당에 제2의 박태준 같은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을 찾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꿈일지도 모른다. 열정 하나로 텃밭을 일굴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세상이 아니다.

Advertisement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취임 이후부터 시작된 변화의 흐름엔 서서히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서른살이 된 프로축구도 구단 뿐만 아니라 프로연맹 차원의 여러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나은 내일을 열기 위한 노력 만큼은 박 명예회장이 씨앗을 뿌렸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박 명예회장이 바라던 한국 축구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