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라고 해도 굳이 나가겠다고 하네요."
휴식을 취하라고 하는데도 중심타자가 출전을 하겠다고 하니 막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30일 NC 다이노스-넥센 히어로즈전. 경기 전에 만난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에게 전날 왼쪽 허벅지 타박상으로 교체된 박병호의 출전 여부를 묻자 "지명타자로 나간다"며 웃었다.
염 감독은 덕아웃 근처에 있던 박병호를 불러 옆에 앉히더니 "쉬라는 데 왜 안 쉬는 거야"라며 가볍게 핀잔을 줬다. 그러자 박병호는 "아닙니다. 뛸 수 있습니다"라며 싱긋 웃었다.
29일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6회말 수비 때 서동욱으로 교체됐다. 6회초 2사후 중견수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박병호는 2루에 슬라이딩을 하며 들어가다가 왼쪽 허벅지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구단 관계자는 "가벼운 통증이지만 코칭스태프가 선수 보호차원에서 교체를 했다"고 했다.
평소같았으면 염 감독이 휴식을 지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선발 출전이 아니더라고, 대타로 나설 수도 있다. 박병호가 선발 출전에 의욕을 보이자, 염 감독은 4번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염 감독은 선수들의 몸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지도자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가벼운 부상이 있어도 쉬게 한다. 눈앞의 성적, 결과에 욕심을 내다가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지면 선수나 팀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박병호가 굳이 선발 출전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연속경기 4번 선발 출전을 의식한 것 같다. 박병호는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지난해 133경기 전 게임에 4번으로 선발 출전했다. 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며 MVP에 올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0일 경기까지 올시즌 42경기 전 게임에 선발 4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부터 175경기 연속 4번 타자 선발 출전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록은 이대호 선배의 두시즌 연속 출전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병호는 선발 4번 타자 출전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지난해 인터뷰 때마다 시즌 목표를 물으면 "전 경기 출전이다"고 답했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다른 개인 목표는 없다. 전 경기에 4번 타자로 나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말 기록 때문에 나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박병호의 설명을 믿는 히어로즈 코칭스태프, 선수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박병호는 지난해 133경기 중 15경기, 올시즌 42경기 중 3경기에 지명타자로 나섰다.
창원=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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