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넘어간 것 같기는한데…'
농구의 '버저비터'처럼 야구에서 화끈한 묘미는 홈런이다.
홈런포가 터졌다하면 경기장은 함성과 탄식이 한데 뒤섞여 순간적으로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한데 이와 정반대로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홈런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어리둥절 홈런이 나온 것은 9일 대구 삼성-두산전에서였다. 0-1로 뒤진 채 시작된 4회초 두산 선두타자 민병헌이 삼성 선발 로드리게스의 3구째 뚝 떨어지는 커브를 힘차게 걷어올렸다.
순간 경기장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날아가는 타구를 발견한 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으레 장타가 나오면 볼을 쫓아가는 외야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타구 방향을 가늠하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 좌익수 최형우는 일찌감치 타구 궤적을 보고 홈런임을 감지한 듯 제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 대구구장 관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자신이 친 타구를 가장 정확하게 바라본 민병헌 혼자 베이스를 열심히 돌고 있었고, 뒤늦게 환호성을 쏟아낸 일부 두산팬들의 함성을 듣고 나서야 홈런인 줄 알아차릴 정도였다.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TV의 리플레이 화면에서도 민병헌이 타격하는 순간만 잡혔을 뿐 타구의 진행 방향을 비춰지지 않았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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