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박했다.
상식에서 벗어난 선수. 그의 패스트볼은 135㎞를 넘지 못한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위력적인 패스트볼이 기본. 하지만 유희관은 이런 상식을 정면으로 거부한 활약을 펼친다.
올해 무너진 두산의 투수진을 그나마 받쳐주고 있는 선수. 하지만 여전히 평가는 박했다. 그의 구종과 경기 스타일이 파악되면 상대 타자들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내외부의 평가였다. 하지만 20일 잠실 롯데전 선발로 등판한 유희관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가공할 만한 '손장난'에 전날(19일) 15안타를 몰아친 롯데 타선도 속수무책이었다.
풀카운트의 승부, 심리전의 미학
경기는 팽팽했다. 롯데 선발 옥스프링은 1회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올해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평가받을 만했다.
팽팽한 접전 속에서 유희관의 위기관리능력은 완벽했다. 2회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신본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며 2사 1, 3루.
타석에는 이승화. 3B-2S의 풀카운트. 2개 연속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던진 유희관은 첫번째 승부처에서 바깥쪽 높은 직구를 던졌다. 헛스윙. 이승화로서는 자신의 눈높이에서 오는 바깥쪽 높은 직구에 배트가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 2개의 공이 바깥쪽 변화구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양의지의 노련한 리드와 유희관의 완벽한 제구가 결합된 좋은 승부.
4회에는 더욱 강렬했다. 강민호의 텍사스 우전안타와 김상호의 볼넷으로 허용한 2사 1, 2루의 위기. 타석은 2회 우전안타를 뽑아낸 신본기.
3B 2S로 또 다시 풀카운트. 이번에도 유희관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다 살짝 밖으로 휘는 122㎞ 싱커를 던졌다. 이 상황에서 신본기의 배트는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결정적인 두 차례의 기회를 놓친 롯데 김시진 감독은 자신의 머리를 가르키며 유희관의 두뇌피칭에 감탄했다.
77km 슬로커브, 105km 커브, 27km의 커브 구속 차
완전히 몸이 풀린 유희관은 5회 그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는 흔히 손장난이라고 부르는 변화구 컨트롤 능력이 완벽하다. 보통 한 구종을 습득하는데 1~2년 정도가 걸리지만, 유희관은 금방금방 익혔다. 그는 "장충고 3학년 때 싱커를 익혔고, 중앙대 3학년 때 포크볼을 익혔다. 별다른 어려움없이 재미있게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위에서 내리찍듯 던지는 포크볼과 릴리스할 때 손목을 비틀어야 하는 싱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유희관에게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때문에 그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두 가지의 싱커(스피드가 있는 투심 패스트볼같은 구종, 떨어지는 낙폭에 중점을 둔 서클 체인지업성 구종), 포크볼 등 6가지의 공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그는 황재균에게 105㎞ 커브로 카운트를 잡은 뒤 133㎞ 안쪽 꽉 찬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아냈다. 그의 손장난의 '백미'는 조성환 타석 때 구사한 슬로커브였다.
77㎞밖에 나오지 않은 낙차 1m 가량의 슬로커브를 던진 뒤 곧바로 105㎞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커브로 구속에 대한 혼란을 준 유희관은 2B 2S에서 그대로 133㎞ 패스트볼을 안쪽에 꽂으며 또 다시 삼진을 잡아냈다.
이날 7이닝 5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느린 구속 때문에 그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구종, 칼날같은 제구력, 상식를 깨뜨리는 템포조절로 한계를 넘고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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