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항전이 재밌는 이유는 민족성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같은 4-2-3-1 포메이션을 써도 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독일은 견고하고, 브라질은 자유분방하다. 스페인은 아기자기하고, 이탈리아는 단단하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통해 특유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도, 활발한 기동력도, 터질듯한 투지도 실종됐다.
이광종호가 한국축구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이 22일(한국시각) 터키 카이세리 카디르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바와의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B조 첫경기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7분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후 투지를 발휘하며 기어코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쿠바 선수들의 신장은 어마어마 했다. 한국의 선수들이 꼬마로 보일 정도였다. 쿠바는 흑인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스피드 경쟁에서도 앞섰다. 그러나 리틀태극전사들에게는 조직력과 기동력,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가 있었다. 초반 선제골을 내주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딛고 경기를 지배했다. 상대가 볼을 잡으면 2~3명이 최전방부터 과감하게 압박에 나섰다. 지칠법도 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쿠바 선수들은 당황하며 실책을 연발했다.
슈팅이 계속해서 빗나가며 고개를 숙일수도 있었지만, 이광종호의 선수들은 골문이 열릴때까지 때리고 또 때렸다. 슈팅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준 이광종호의 조직력은 그들이 왜 스스로 조직력을 최고의 무기로 꼽는지 보여줬다. 유기적이면서도, 창의적이었다. 후반 37분 터진 결승골 장면은 이광종호의 지향점과도 같았다. 교체투입된 공격수 김 현이 왼쪽에서 중앙 전방으로 달려든 류승우에게 패스를 했고, 류승우는 오른쪽 측면의 빈 공간에 자리잡은 강상우에게 패스했다. 공을 주고 곧바로 수비 배후로 파고들었고, 강상우는 정확한 패스를 류승우에게 보냈다. 류승우는 슬라이딩 슈팅으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한국의 젊은 붉은전사는 역전골 후에도 경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과감한 몸싸움으로 마지막까지 쿠바를 괴롭혔다.
물론 보완할 점도 있었다. 골결정력이 아쉬웠고, 수비 집중력도 부족했다. 세트피스에 대한 보강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광종호가 보여준 창조적인 움직임과 유기적인 패스로 이루어진 조직력은 분명 16강을 위한 희망적인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이끌어낸 투혼이 빛났다. 월드컵 대표팀 보다 이름값이 떨어졌지만, 이광종호의 어린 전사들이 보여준 축구가 바로 한국축구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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