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그림이 이제야 나타났다. 호랑이의 발에 드디어 날개가 돋았다.
5월의 긴 부진을 떨쳐낸 KIA가 6월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8일 목동 넥센전부터 20일 대전 한화전까지 무려 9연승으로 펄펄 날았다.
2009년 이후 4년만에 거둔 최다 연승이자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가장 긴 연승 행진이다. 이 정도로 팀이 상승세를 타게 되면 선수단 내부에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크기 또한 엄청나게 커진다. 이로 인해 팀의 조직력이 단단해지면 웬만한 위기 상황이 닥쳐와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긴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번 연승의 과정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바로 팀의 기동력이 엄청나게 향상됐다는 것이다. '기동력의 향상'은 현대 야구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단순히 한 두 명의 거포들이 타점을 생산해낸다면 이들이 침묵할 경우 팀은 곧바로 하락세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동력은 다르다.
야구계에서는 "방망이는 슬럼프가 있어도,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빠른 기동력을 앞세운 야구는 기복이 없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안정된 투수력 못지 않게 기동력 또한 팀을 오랫동안 지탱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선 감독은 올해 초 팀의 목표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밝히면서 그 선결과제로 '기동력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팀 200도루'를 목표로 내걸기도 했다. 이런 말을 할 당시에는 근거가 충분했다. 기존의 이용규와 김선빈, 김원섭 등 발빠른 타자들 외에 FA로 영입한 김주찬이 기동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이런 구상은 좀처럼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김주찬이 불과 4경기만에 손목 골절로 이탈하면서부터 일이 꼬였다. 이어 부동의 '리드오프' 이용규마저 극심한 타격 슬럼프로 좀처럼 출루를 하지 못했다. 도루도 쉽게 할 수 없게 된 것. 김선빈만이 거의 유일하게 기동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연승의 과정에서 보면 KIA가 추구하는 '기동력 야구'가 활발하게 나타난다. 김주찬이 복귀한데다 이용규도 이제 타격 슬럼프를 털어내면서 특유의 빠른 발을 활용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물론 김선빈의 꾸준한 활약은 기본적으로 여전하다.
올 시즌 KIA의 팀 도루수는 77개다. '기동력 야구'가 전매특허인 두산(85개)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한다. 뛰어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최근 9연승 기간의 놀라운 기동력 향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8일부터 20일까지 9연승 동안 KIA는 총 17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같은 기간 타팀을 압도했다. 두산(3개)보다 거의 6배나 많은 도루를 성공한 것이다.
도루 뿐만이 아니다. 기습 번트나 짧은 내야 땅볼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내는 장면도 많아졌다. 이런 플레이는 상대 내야의 집중력과 힘을 크게 떨어트리는 역할을 한다. KIA는 19일과 20일 한화를 상대로 한 2연전에서 총 6개의 내야 안타를 기록했다. 이용규(1개)와 김선빈(3개) 김주찬(2개)이 상대 내야를 들쑤셨다. 이 가운데 3개는 기습번트로 만든 안타였는데, 김선빈이 2개, 김주찬이 1개를 기록했다.
이들 세 타자의 스피드가 이처럼 빨라진 덕분에 KIA는 보다 많은 득점 기회를 얻는 동시에 상대 수비진의 집중력 약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게 됐다. '슬럼프가 없는 발'로 인해 KIA의 상승세는 당분간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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