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경기에서 22승9패. 최근 9연속 위닝시리즈. 4일 휴식에 들어간 LG가 지난 라운드에 기록한 놀라운 성적이다. 최근 야구계 화제의 중심에 LG가 있다.
여러가지 요소가 모여 탄생한 짜릿한 결과. 그 중 하나, 외야수 정의윤(27)의 4번 기용도 있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부터 정의윤에게 꾸준한 기회를 줬다. 마음고생도 많았다. 초반 부진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김 감독과 정의윤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뚝심있게 정의윤 카드를 밀어붙혔다. 특정 선수에 대한 편애가 아니었다. 팀 전체를 위해 우완 중심타자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 그 가능성을 정의윤에게서 발견했다. LG가 자랑하는 좌타 라인의 동반 상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싹을 틔워야 할 될 성 부른 나무였다.
꾸준한 물주기. 보람이 있었다.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지속적 출전이 미완의 대기에게 작은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타석에 서면 마음이 급했어요. 눈에 보이는 공을 다 따라가며 치려고 했죠. 지금은 공을 기다렸다가 치기 시작했어요." 다음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타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급증. 정의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실패 후에도 '다음 기회'가 보장되자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다. "타석에서 조금씩 더 여유가 생기고 있어요. 이제는 눈 앞에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그려놓고 그 안에 들어오는 공만 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잠재력의 용암이 활발하게 끓어오르던 시점. 김 감독의 결단도 빨라졌다. 중심타선 배치란 실험이 시작됐다. 5,3번으로 번갈아 기용하며 반응을 살폈다. 큰 부담감이 감지되지 않았다. 결국 김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정의윤의 4번 배치. 5월29일 한화전이었다. 일회성이 아니었다. 이후 김기태 감독은 '4번=정의윤'을 고정시켰다. 과감한 결단과 인고의 세월 속에 탄생한 LG의 새로운 4번 타자. 기다림의 열매는 달콤했다. 정의윤 4번 배치 이후 LG는 승승장구했다. 바로 5연승을 타더니, 신바람 행진을 벌이기 시작됐다. 5연승→4연승→6연승으로 17승4패.
제대로 불기 시작한 '정의윤 4번'의 시너지 효과. 2% 부족하던 타선의 짜임새가 완벽에 가까워졌다. 무언가 아쉬웠던 톱니바퀴의 마지막 아귀가 비로서 딱 맞물려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의윤 앞뒤로 시너지 효과가 또렷해졌다. 우타자 정의윤이 4번에 고정 배치되면서 오지환-문선재-박용택-정의윤-이병규-정성훈-이진영 등으로 이어지는 좌-우의 완벽한 지그재그 타선이 탄생했다. 정의윤이 없었다면 4번을 맡았어야 했을 베테랑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이 4번 부담을 털고 돌아가며 맹활약하고 있다. LG를 상대로 앞뒤 잴 것 없이 좌투수를 배치하던 상대 팀의 생각도 조금 복잡해졌다. 정의윤을 중심으로 정성훈, 문선재, 손주인 등 만만치 않게 까다로운 오른손 라인업이 생겼기 때문. 경기 종반 왼손 스페셜리스트의 투입 시점도 애매해졌다.
이 모든 시너지 효과가 정의윤이 부담스러운 4번 자리에서 훌륭하게 버텨준 덕분이었다. 정의윤은 올시즌 4번타자로 85타석을 소화하는 동안 3할2푼4리의 타율과 1홈런, 12타점을 기록중이다. 득점권 타율도 3할2푼6리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견제가 집중되는 부담스러운 4번 자리에서도 제 몫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 정의윤이 버티며 출루율을 높여가자 5번을 맡은 이병규에게 결정적 찬스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병규는 5번 배치 후 늘어난 찬스 상황이 즐거운듯 3할8푼의 고타율과 3홈런, 24타점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용택도 3번 배치 후 3할1푼의 타율과 2홈런, 22타점, 정성훈도 6번에서 3할3푼3리 타율에 2홈런, 6타점에 OPS가 무려 1.071에 달한다. 이진영도 7번 배치 후 홈런 2개에 1.300의 OPS를 기록중이다. 김기태 감독의 뚝심으로 어렵게 띄운 정의윤 4번이란 돛단배. 팀 전체에 긍정적 변화라는 선순환의 신바람을 타며 순항 중이다. 실로 적절한 타이밍에 던져진 절묘한 신의 한수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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