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마무리투수는 강팀의 필수조건 중 하나다. KIA가 벽안의 '초보 마무리투수'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KIA 마무리 앤서니는 세이브 1위 투수다.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20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팀이 휴식을 취했음에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KIA엔 2009년 유동훈(22세이브) 이후 4년만에 20세이브 투수가 탄생했다. 해태에서 KIA로 간판을 바꾼 뒤, 타이거즈엔 구원왕이 탄생하지 않았다. 해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구원왕은 선동열(93, 95)과 임창용(98), 두 명 배출했을 뿐이다.
마무리 부재는 KIA의 고질병이었다. 2000년대 들어 30세이브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KIA로 시즌을 맞이한 2002년엔 외국인투수 리오스(13세이브)와 베테랑 언더핸드스로 이강철(17세이브)이 전-후반기를 각각 책임졌다. 2003년엔 3년 연속 세이브 1위를 차지한 진필중을 두산에서 데려왔지만 19세이브에 그치고 FA로 팀을 떠났다.
2004년 신용운(11세이브), 2005년 신용운과 윤석민(각 7세이브), 2006년 윤석민(19세이브)으로 요동치던 마무리 자리는 2007년과 2008년 25, 26세이브를 올린 한기주에게 가는 듯 했다.
하지만 한기주도 2009년부터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2009시즌 도중 혜성처럼 떠오른 유동훈이 0점대 평균자책점(0.53)으로 22세이브를 올리며 우승을 이끌었지만, 2010년 14세이브로 기대에 못 미쳤다. 2011년엔 유동훈과 한기주가 각각 기록한 7세이브, 2012년엔 베테랑 최향남의 9세이브가 팀내 최다 세이브였다.
이런 상황에서 '초보 마무리' 앤서니의 20세이브는 의미가 깊다. 물론 앤서니가 삼성 오승환 같은 '철벽 마무리' 이미지를 갖춘 건 아니다. 앤서니가 나오면 벤치는 항상 마음을 졸인다. 깔끔한 세이브가 없기 때문. 매번 주자를 내보내 실점 위기에 놓이고, 조규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진정시킨 뒤에야 세이브를 올린다.
앤서니의 평균자책점은 3.74.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마무리투수 치고는 너무 높다. 하지만 이는 앤서니의 등판 패턴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앤서니는 선발에 비해 불펜진이 약한 팀 사정상 8회 도중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1이닝 마무리투수로 관리를 받는 다른 팀 클로저들과는 출발부터 다른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선발 경험이 있어 8회에 내보내고는 있다. 하지만 불펜만 강하다면 9회, 1이닝만 맡기는 식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누구보다 투수를 잘 아는 선 감독 역시 앤서니를 아끼고 싶다.
팀 사정을 아는 앤서니도 등판을 자원하고 있다. 1이닝 이상 투구, 그리고 연투가 계속 되도 불만 하나 없다. 다른 외국인선수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다. 외국인선수답지 않은 융화력으로 좋은 마무리투수를 위한 조건까지 갖추고 있다.
KIA에선 앤서니가 점점 좋아질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셋업맨 역할을 해줘야 할 송은범이 난조를 보이며 앤서니에게 과부하가 걸렸다는 진단이다. 결국 송은범이 앤서니 앞에서 1이닝을 확실하게 막아줄 만큼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앤서니도 함께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좋은 팀의 필수조건 중 하나가 바로 '확실한 마무리투수'다. KIA는 그동안 그 필수조건이 결여돼 있었다. 앤서니가 과연 15년 만에 타이거즈에 구원왕 타이틀을 안길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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