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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인물들은 현실의 고통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거나 선택의 여지 없이 위기에 내몰리며('로스트 인 서울', '로라, 네 이름은 미조', '후쿠오카 스토리'), 환상과 죽음의 세계로 도피하거나('세컨드 라이프', '퍼펙트 블루'), 무기력하고 답답하게 현실의 쳇바퀴를 돌 뿐이다('탈옥', '그 남자의 손목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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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현실, 이방인이자 타인으로 떠도는 인물들과 무기력한 '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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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상황에 놓이기는 '탈옥'과 '그 남자의 손목시계'의 '나'들도 마찬가지다. '탈옥'에서 주가조작 혐의로 감옥에 들어와 있는 나는 병원에 입원하는 방법으로 도주하기 위해 장기를 떼어내지만 번번이 탈출에는 실패한다. 나는 "마지막에 장을 떼어내다 죽더라도 나가서 죽"겠다고 호언하지만 상황을 간파하고 있는 간수 앞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다. '그 남자의 손목시계'의 '나'는 어려서부터 자신과 어머니를 가혹하게 폭행해온 아버지에게 복수를 꿈꾼다. 그러나 아버지의 권위의 상징인 손목시계를 부수지도 못하고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계획은 계속해서 유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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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고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양태가 환상이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번 소설집의 두드러진 점이다. '세컨드 라이프'의 '나'는 결혼 16주년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여행 온 중국의 가흥을 예전에 자신이 형과 함께 살았던 곳이라고 '기억'하고 그 추억들을 '회상'한다. 아내가 그 사실을 아무리 부정해도 나는 "착종된 기억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한정 없이 기억 속에서 살고 싶었다."고 진술한다. 현재에서 숨 쉬고 있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겠다는 죽은 자로서의 삶을 고집하는 것이다. 내가 현실을 떠나 기억을 통한 환상을 좇는 데는 형의 투신자살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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