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에서 시즌 개막 후 열린 메이저 3개 대회를 연달아 제패한 것은 한국 전쟁이 벌어진 1950년의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박인비가 두 번째다. 남자 골프까지 영역을 넓히면 1953년 벤 호건(미국)이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을 내리 제패한 기록이 있다.
벤 호건부터 따져도 무려 60년 만에 박인비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 60년 사이에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골프의 전설'들이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우즈는 메이저 4연승을 한 기록이 있다. 2000년 US오픈부터 2001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대회를 휩쓸어 '타이거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천하의 우즈도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은 이뤄내지 못했다.
현재 남녀 세계랭킹 1위는 우즈와 박인비다. 이들을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비슷한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화려한 시간 이후 찾아온 슬럼프에 괴로워했다. '절치부심', 지난해부터 살아나기 시작해 올해 완벽하게 부활한 점도 유사하다.
우즈는 한때 남자골프계를 평정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섹스 스캔들과 부상이 겹치면서 추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예전 기량을 선보였고, 올해는 4승을 수확했다. 잠시 내줬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급작스런 슬럼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결국 미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일본 투어에서 우승감을 되찾은 박인비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2승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고, 올시즌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이들의 스윙이 이슈가 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우즈가 등장했을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놀랐다. '파워 스윙'으로 통했던 우즈의 스윙은 이전까지의 스윙을 클래식 모드로 바꾸어 버렸다. 허리와 어깨의 엄청난 회전을 이용한 우즈의 샷은 새로운 스윙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스윙이었다. 기본기는 물론 힘이 바탕이 돼야 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비거리를 앞세운 우즈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PGA 투어를 평정해 나갔다.
박인비의 스윙도 독특하다. '교과서에 없는 스윙'으로 통하는 박인비의 스윙은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 하다. 느린 백스윙과 톱에서 하늘로 높게 세워진 클럽을 보면 정통 스윙과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든다. 코킹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천천히 들어올리는 백스윙은 마치 아마추어 골퍼를 보는 듯하기도 하다. 특징은 또 있다. 이른바 헤드업을 하지 않고 임팩트 순간까지 공을 쳐다봐야 방향성과 정확한 임팩이 나올 수 있다는 스윙의 정석과 달리 박인비는 다운스윙이 시작됨과 동시에 눈은 타겟 쪽을 향해 있다. 하지만 박인비는 오랜 시간 훈련으로 자신의 스윙패턴을 만들었다. 일정한 리듬과 템포, 정확성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됐다. 박인비는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47.595야드로 88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번째 샷부터 박인비는 골프 지존다운 실력을 보여준다. 아이언으로 그린에 볼을 올려 버디 기회를 잡는 레귤러 온 확률은 71.6%로 17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른바 '컴퓨터'라 불리는 감각적인 퍼팅도 최대 강점이다. 박인비는 레귤러 온을 했을 때 퍼트 수가 홀당 1.702개로 1위에 올라 있다. 이렇다 보니 평균스코어 1위(69.643타)는 당연한 얘기다.
우즈가 올해 성적을 끌어올린 비결 역시 퍼팅이다. 우즈 역시 평균 퍼팅수 1.476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오히려 예전보다 줄었지만 숏게임이 좋아졌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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