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포항에 빚이 있다. 올 시즌엔 반드시 갚겠다."
지난해 12월 수원 감독직에 오른 서정원 감독의 일성이었다. 가장 꺾고 싶은 팀으로 주저없이 꼽은 팀이 포항이었다.
수원은 포항만 만나면 작아졌다. 우세한 전력과 좋은 분위기도 소용이 없었다. 서 감독이 수석코치 신분으로 팀과 함께 했던 지난해에는 좀처럼 어깨를 펴지 못했다. 4차례 맞대결에서 3연패를 했다. 특히 두 차례 원정에선 각각 0대5, 0대3의 참패를 당했다. 서 감독의 말대로 '굴욕적인 결과'였다.
포항과의 악연은 올 시즌에도 이어졌다. 3월 17일 안방에서 가진 포항전에서 0대2로 완패했다. 병역을 마치고 팀에 합류해 기대를 부풀게 했던 김두현은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으로 아웃됐다. 라돈치치가 골대를 4번이나 맞추는 불운까지 겹쳤다. 지독하게 엮인 '포항 징크스'였다.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에 나선 서 감독의 표정은 결연했다. 상황은 이번에도 좋지 않았다. 부상 변수가 발생했다. 공격의 핵인 정대세와 서정진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연제민 권창훈 박용준 등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터키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 나섰던 선수들은 잔부상에 시달렸다. 스테보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난 마당에 보강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와신상담한 서 감독 입장에선 김이 빠질 만했다. "있는 선수들이 나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2선 압박에 능한 상대 전력을 철두철미하게 파악했다. 다른 전용구장에 비해 사이드라인과 관중석의 폭이 짧은 포항 스틸야드의 특성까지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을 정도다. 서 감독은 "첫 맞대결에선 지독이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은근히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 감독은 끝내 웃지 못했다. 이번에도 지독한 포항 징크스에 울었다. 전반 내내 포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수비수 몸에 맞고 나온 볼이 이명주의 오른발 앞으로 굴러가 선제골로 연결이 됐다. 후반전 내내 반격을 시도했으나, 슛은 계속 포항 골문을 외면했다. 포항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영일만 친구' 합창 소리에 수원 선수단의 어깨는 또 늘어졌다. 2004년 12월 8일부터 9년째 이어지고 있는 포항 원정 무승(5무8패)의 굴레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포항은 2경기 연속 무승(1무1패) 고리를 깨면서 승점 36으로 선두 울산(승점 37)과의 격차를 유지했다. 수원은 리그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 행진을 마감했다.
서 감독은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미드필드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전 강조했던 세컨볼이나 빠른 경기 운영 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포항 징크스에 대해선 "아쉬움은 당연히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상적인 스쿼드로 포항과 경기를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만날 날들은 많이 남아 있다. 정말 좋은 경기로 승리를 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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