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삼성 이승엽은 지난 2003년 56개의 아치를 그리며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시 한 경기에서 2개의 이상의 홈런을 12차례 기록했다. 당시 모든 팬들의 관심이 이승엽에게 쏠려 있던 터라 홈런을 친 경기 후에는 자연스럽게 언론 인터뷰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승엽은 팀이 패배한 날에는 "양해를 해달라"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심지어 홈런 2개를 날린 경기에서도 팀이 패한 날이면 기자들 앞에 서지 않았다. 자신의 홈런 기록보다 팀승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해 삼성은 76승4무53패(승률 0.589)로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올랐는데, 이승엽이 홈런을 날린 44경기에서는 30승14패(승률 0.682)의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보통 홈런타자들은 자신이 홈런을 날린 경기에서 팀이 패할 경우 더욱 말수가 줄어든다. 이승엽은 당시 경기 전후 쇄도하는 언론 인터뷰에 대해 선별적으로 응했다. 팀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넥센 박병호와 삼성 최형우의 홈런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27일 현재 박병호가 21개로 1위, 최형우가 20개로 2위다. 최형우가 7월 들어 홈런을 몰아치면서 어느새 박병호에 1개 차로 따라붙었다. 두 선수의 홈런 경쟁은 각 소속팀의 성적과도 맞물려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누가 더 영양가 넘치는 홈런을 많이 날렸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당연히 홈런을 친 선수에게 인터뷰가 몰리가 되는데, 두 선수 가운데 누가 더 많은 인터뷰 기회를 얻었을까.
일단 팀성적과 관련해서는 최형우가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삼성은 올시즌 최형우가 홈런을 날린 20경기에서 15승5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7할5푼으로 이날 현재 팀승률 6할3푼2리보다 1할1푼8리 높다. 특히 23~25일 대구에서 열린 NC전에서는 3일 연속 결승홈런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23일에는 0-0이던 6회 결승 투런홈런을 날렸고, 24일에는 연장 10회 끝내기 우월홈런을 터뜨렸다. 25일에는 1회 선제 솔로포를 날리며 팀의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넥센은 박병호가 홈런을 친 경기의 승률이 시즌 승률보다 낮다. 박병호가 홈런을 친 19경기에서 10승9패를 기록, 5할2푼6리의 승률로 팀승률 5할5푼1리보다 2푼5리가 저조했다. 박병호가 2개의 홈런을 친 경기는 두 차례 있었는데, 지난 16일 인천 SK전에서는 1회 투런포, 8회 솔로포를 터뜨렸음에도 팀이 5대6으로 패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아무래도 한층 안정된 마운드 전력을 가지고 있는 삼성이 최형우의 홈런 경기에서는 더욱 좋은 성적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찬스에서는 박병호가 더욱 강한 방망이 실력을 과시했다. 박병호는 올시즌 21개의 홈런 가운데 3점홈런이 6개, 2점홈런이 6개나 된다. 즉 주자가 있을 때 12개의 홈런을 날리며 강한 클러치 능력을 자랑했다. 솔로홈런은 9개로 전체 홈런의 43%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3점홈런 3개, 2점홈런 2개로 주자가 있을 때 총 5개의 아치밖에 그리지 못했다. 솔로홈런은 13개로 전체 홈런수의 65%를 차지했다. 홈런으로 올린 타점이 박병호는 39개, 최형우는 30개다. 박병호가 69타점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한편, 비거리에서는 최형우가 박병호보다 앞섰다. 최형우의 홈런 20개의 평균 비거리는 120.25m로 박병호(117.14m)보다 약 3m를 멀리 날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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