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3년만에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 등극도 그렇지만 더 신나는 일이 있다. 이번 컵대회를 통해 보물을 얻었다. 11월 개막하는 정규시즌 V-리그에서 '명가재건'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다시 정상에 서기 위해 현대캐피탈은 '명장' 김호철 감독과 올시즌을 앞두고 다시 계약했다. 그런데 덜컥 사단이 났다. '에이스' 문성민이 국가대표로 차출돼 월드리그에 나갔다가 무릎을 다쳤다. 재활중인 문성민은 V-리그에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컵대회에 출전했다. 김 감독은 "한번만 이겨도 잘 한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문성민이 빠진데다 부상선수가 많아 정상적인 전력을 꾸리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 경기인 대한항공전에서 2대3으로 패했지만 삼성화재, LIG손해보험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현대캐피탈은 28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마저 3대1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공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송준호(22)라는 스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2년 차 신예 레프트 송준호는 1m92의 단신이지만 높은 점프력을 활용한 과감한 공격으로 우리카드의 블로킹 벽을 무너뜨렸다. 이날 양 팀 최다인 32득점에 공격 성공률 60%를 기록하며 MVP에 올랐다.
문성민의 빈자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경기력만 놓고 보면 특급용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송준호는 홍익대 3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프로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1라운드 4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됐다. 원래 대한항공이 점찍었던 선수였지만 앞 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현대캐피탈이 낚아챘다. 프로에 들어온 뒤 첫 시즌에는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와 주전 선배들에게 막혀 거의 벤치를 지켰다. 원래 육상을 하다가 뒤늦게 배구로 전향한 탓에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김 감독을 만난 뒤 기량이 급성장했다. 김 감독은 송준호의 공격과 블로킹 자세를 일일이 교정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애를 썼다. 김 감독은 연습와 비교해 실전에선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며 "똥개"라고 부르며 더욱 독해질 것을 주문했다.
이번 대회에서 '비밀 병기'로 나선 송준호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성장했다. 김 감독도 "똥개"에서 "바둑이"로 승격시켜주며 실력 향상을 인정했다.
송준호는 "내 장점은 점프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단점은 많다. 리시브가 잘 안 되고 공격도 미숙하고 블로킹도 안되고 모두 단점인 것 같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이어 "솔직히 이렇게 잘할 수 있을지 몰랐다. 대한항공과의 경기 때는 몇 개 막히니까 답이 안 나오더라. 그래도 '되든 안되든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배운 대로 자신 있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부에선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IBK기업은행이 정상에 올랐다. IBK기업은행은 이날 20점을 올린 김희진을 앞세워 현대건설은 3대0으로 물리쳤다. MVP는 김희진이 차지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2013년 안산·우리카드컵 결승전(28일)
현대캐피탈 3-1 우리카드
IBK기업은행 3-0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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