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는 국제 무대에만 나가면 고개를 잘 들지 못했다. 세계 무대에 나가 본 지는 10년이 훌쭉 넘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1998년 그리스 대회가 마지막이었고, 올림픽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본선에 나가 보지도 못했다.
그랬던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다시 아시아 정상권으로 가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8월 1~11일)에 출전한다.
수가 많아 '만수'인 유재학 감독(모비스)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지난 2012~13시즌 모비스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면서 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유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은메달을 이끌었다. 결승전에서 홈팀 중국에 아쉽게 71대77로 졌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소 3위를 해야 내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2014년 농구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농구 월드컵은 그동안 해왔던 세계선수권으로 내년부터 명칭이 월드컵으로 바뀐다.
이번 대회엔 총 15개팀이 참가해 4개조(B조만 3개국)로 나눠 조별 예선을 치른 후 12강을 가려 다시 리그전을 갖는다. 이후 8강, 4강,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우승 후보 중국 이란 그리고 약체 말레이시아와 같은 C조다.
유 감독은 '한국형 농구'를 해야 국제 경쟁력이 생긴다고 본다. 한국(1m94.8)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출전 엔트리 선수 평균 신장에서 6번째로 크다. 2m 이상 선수가 수두룩한 중국(2m2.4), 이란(1m99) 등과 힘과 높이로 맞짱을 뜰 경우 승산이 낮다고 본다.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혀야 한다. 유 감독은 한국형 농구가 통하기 위해선 먼저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국의 최장신 센터 왕즈즈(2m14)나 이란의 NBA 센터 하메드 하다디(2m18, 피닉스) 같은 장신 선수들을 막기 위해 한발 더 뛰는 것은 물론이고 동료들과 협력수비까지 펼쳐야 한다. 이승준 김주성 이종현 김종규가 골밑에서 얼마만큼 버텨주느냐가 키포인트다.
한국 남자농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세계선수권에 총 6번 출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선수 전원이 코트를 넓게 뛰어다니며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외곽슛이 좋은 슈터들의 슈팅감이 탁월했다. 한국은 1969년과 1997년 두 차례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유 감독은 키가 10㎝ 이상 커 림 앞을 지키고 있는 상대 장신 센터와 맞대결하는 것보다 외곽에서 정확한 타이밍을 잡고 슈팅을 쏘는 게 더 낫다고 본다.
그는 3위 이내 성적 달성 가능성을 50대50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이달초 이번 대표팀을 데리고 대만 존스컵에 출전, 5승2패로 3위를 했다. 이후 유 감독은 미국에서 장신의 빅맨 4명을 불러 상무(외국인 선수 포함)와 함께 세 차례 친선경기를 갖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만날 키 큰 선수들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한국은 8월 1일 중국전, 2일 이란전, 3일 말레이시아전을 치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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