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한일전은 끝났지만 그라운드밖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동아시안컵 최종전 여자축구는 세계 최강 일본에 2대1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남자축구는 1대2로 패했다. 일본의 욱일승천기, 붉은악마의 '역사를 잊은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대형걸개, 응원 보이콧 등은 양국 모두에게 쓰라린 상처가 됐다. 일본 고위관료가 '민도' 운운 발언까지 하며, 외교적인 문제까지 불거졌다.
나홀로 2골을 몰아치며 5년2개월만에 감격적인 한일전 승리를 이끈 '지메시' 지소연(22·고베 아이낙)도 상처를 받았다. "일본축구는 한국을 밑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었다"는 인터뷰가 번역과정에서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말들로 왜곡됐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을 무시하는 시선을 느꼈다"는 기사에 일본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피해망상증' '불쾌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28일 소속팀 고베로 돌아간 지소연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인데… 나는 최선을 다해 뛰었을 뿐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외롭고 힘든 순간, 3년째 한솥밥을 먹어온 일본대표팀 에이스들이 절대적인 믿음을 표했다. '절친' 지소연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기사 내용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절친' 룸메이트인 일본 대표팀 수비수인 다나카 아스나가 해당 기사와 악플들을 먼저 보여줬다. "네가 이런 말을 할 아이가 아닌데, 화가 난다"고 했다. 고베 아이낙에서 지소연, 다나카, 가와스미 나호미는 '삼총사'로 통한다. 팀에서 발을 맞춘지 3년째, 한지붕 아래 동고동락한 지 2년째다.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안다. '나호언니' 가와스미는 한국어도 곧잘 한다. 지소연이 인터뷰때 가끔씩 일본어 단어가 막히면, 일한 통역사로 나선다. 올해초 동계휴가 기간엔 한국에서 함께 여행을 즐겼다.
한일전 직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문자에 답도 하지 않을 만큼, 패배의 충격이 컸던 가와스미다. 그러나 승부는 승부일 뿐, 억울한 상황에 처한 친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2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소연이 경기후 일본을 욕했다고요? 소연은 절대로 일본을 나쁘게 말하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절대 신뢰를 표했다. "한국전 충격이 너무 커서 소연 얼굴을 보기 싫을 정도였지만(진심), 소연을 오해하고 나쁘게 말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고 썼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여자들만의 우정과 의리를 과시했다. 한그라운드에서 땀을 나눠온 이들에겐 국경, 민족을 넘어서는 확고한 우정이 있다. 30일 가와스미는 동료의 생일파티후 지소연, 아스나 등과 '악마머리'를 연출한, 장난스런 사진을 찍어올렸다. 치열했던 한일전 라이벌은 그렇게, 훈훈한 '한솥밥 절친'으로 돌아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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