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주전 수문장 김승규가 그 동안의 한을 푼 날이었다.
김승규는 14일 페루와의 친선경기에 정성룡(수원) 대신 깜짝 선발 출전했다. 김승규의 중용은 홍명보 감독의 과감한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김승규는 홍 감독의 위안이 됐다. 공을 몇 차례 만지지 못했던 전반에 비해 후반에는 슈팅을 막아내야 할 순간이 많았다. 김승규는 전반 43분 상대의 기습 슈팅을 멋지게 다이빙하면서 쳐냈다. 또 후반 29분에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날린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의 강력한 왼발 슈팅을 감각적으로 펀칭했다.
이날 '정성룡 천하'를 깼다는 평가를 받은 김승규는 "성룡이형을 넘기보다 내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승규는 홍 감독과 인연이 깊다. 홍 감독이 이끈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손가락 부상으로 낙마했다. 김승규는 "오랜만에 홍 감독님과 호흡해 좋았다"고 웃엇다.
이날 김승규는 전반이 끝난 뒤 김봉수 올림픽대표팀 골키퍼 코치에게 한 가지 주문을 받았다. 김승규는 "김 코치님께서 '후반 슈팅을 준비하라'고 말씁하셨다. 후반 막판 피사로의 슈팅을 막아낸 것도 준비를 잘 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김승규의 모습에서 한국축구 수문장의 밝은 미래가 볼 수 있었다.
수원=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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