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경쟁을 펼치는 LG의 코를 납작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부동의 선두일 줄 알았던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믿기지 않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LG. 누가 이런 LG를 상대로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며 선전포고를 쉽게 할 수 있을까. 그런데 LG 김기태 감독 앞에서 상대팀의 한 선수가 자신 있다는 듯 승리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그런 패기가 기특하다는 듯 웃고 말았다.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15일 잠실구장. 경기 전 홈팀 LG의 훈련이 끝나갈 무렵 한화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왔다. 그 때 한화 주장 김태균이 1루측 LG 덕아웃 앞을 지나쳤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이던 김 감독이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김태균을 불러 세운다. 김 감독이 "김태균, 이리 와봐라"하니 김태균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김 감독이 "내가 (너를 맞으러) 나갈까"라고 소리치자 헐레벌떡 뛰어오는 김태균이다.
자신의 옆에 김태균을 앉힌 김 감독. 갑자기 취재진의 질문을 받던 인터뷰이에서 인터뷰어로 보직을 바꿨다. 김태균을 향해 "오늘 경기를 앞두고 각오좀 말씀해주시죠"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베테랑 김태균이 이 상황에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 없었다. 김태균은 "저희팀이 꼴찌이긴 합니다. 하지만 오늘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의 코를 납작하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대답인 듯 김 감독은 크게 웃었고 그제서야 김태균을 풀어줬다. 상대팀이라지만 감독과 선수가 이렇게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건 특별한 인연 때문. 김 감독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타격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고, 당시 김태균은 대표팀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한 바 있다. 당시 사제지간의 정을 쌓았다.
김 감독은 김태균의 뒷 모습을 보며 "프로선수는 저래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팀 성적이 최하위에 처져있지만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습, 그리고 프로선수로서 난처한 상황에서도 재치있는 언변으로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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