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 먹는다'고 한다. 생계형 혹은 생존형 눈치인 셈이다. 그런데 이 속담은 눈치의 기원과 딱 맞는다. 심리학박사인 박근영씨는 "눈치는 원시인류가 사냥하면서 체득한 생존 본능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동료 사냥꾼과 사냥감의 움직임을 동시에 주시하면서 눈치껏 행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도록 진화해 왔다.
이 세상에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눈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눈치가 넘쳐도 탈, 없어도 탈이다. 물론 건강한 눈치보기는 필요하다.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눈치보기는 폐쇄성, 변덕, 자기소진, 자기부재, 불균형, 착취, 집착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온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박근영 박사가 펴낸 '왜 나는 늘 눈치를 보는 걸까'(소울메이트)에 진단과 처방이 들어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이유, 눈치가 부적응적으로 작용할 때 나타나는 문제, 눈치가 문제를 일으킬 때의 해결 방법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눈치에 대한 최신 심리학 이론과 사례분석, 해결책까지 아우르는 '눈치 백과사전'이다.
저자에 의하면, 사람이 눈치를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반적 원인으로는 생존, 서열, 친애욕구, 대인관계 지능, 실용지식이 있다. 개인적 원인으로는 성격, 부모의 양육 태도, 과거 경험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 눈치와 관련된 증상이 '눈치증후군'이다. 이 눈치증후군은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남과 비교하느라고, ▲의존심 때문에, ▲관심을 끌려고, ▲어느 편인지 알려고, ▲세상이 험해서, ▲남을 이용하려고 보는 눈치 등 7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중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눈치를 보는 사례를 보자. 이런 증상을 사회적 불안이라고 하는데, 발표불안과 수줍음이 대표적이다. S씨의 발표불안은 중학교 1학년 때 교과서를 더듬더듬 읽고 선생님의 질문에 횡설수설 대답하면서 시작됐다. P씨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연주회에서는 몸이 뻣뻣해지면서 손가락이 굳는 것 같았고 악보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는 남들이 자신을 쳐다보기만 해도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
그런 S씨와 P씨가 연애를 한다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그들은 식사를 하면 지저분해보일 수 있으므로 식사는 절대로 같이 하지 않고, 카페에 가서 음료수를 마시면 수전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같이 있을 때는 물 한 모금도 안 마신다. 첫번째 데이트는 어찌어찌 성공해도, 두번째 데이트부터는 가까이 하기 어렵다.
물론 증상이 있으면 해결책이 있다. S씨와 P씨는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눈치를 보는 청중은 진짜 청중이 아니라 자기 생각 속에 있는 가상의 청중이다. 즉 행위자도 관찰자도 자기 자신이다. 저자는 "마음챙김 방법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자각하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인 가짜 청중과 지나치게 자기에게만 초점을 두는 생각을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왜 나는 늘 눈치를 보는 걸까'는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해법을 담고 있다. 현재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점도 돋보인다.
저자는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심리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신건강지원센터, 청소년상담센터, 법무연수원 등에서 상담심리, 이상심리, 의사소통, 심리평가 등을 강의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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