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은 인구 21만명의 소도시다.
동양인의 모습을 찾기 쉽지 않다. 흔한 한국 교민이나 식당은 커녕 아시아인이 지나다니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박지성(32·PSV에인트호벤)의 존재가 에인트호벤 팬들에게 특별한 배경이다.
에인트호벤 팬들에게 박지성은 2003년 입단 초기만 해도 부진한 활약을 펼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에인트호벤 감독은 박지성을 계속 기용했고, 결국 박지성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우승의 선봉에 섰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화룡점정 했다. 2004~2005시즌 대회 4강전에서 만난 AC밀란(이탈리아)의 골문을 호쾌하게 뚫었다. 경기장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박지성에게 손가락질을 했던 팬들의 소리는 어느새 '박지성송'으로 바뀌었다. 에인트호벤을 대표하는 응원가를 담은 앨범에 '박지성송'이 들어간 것은 당연지사다.
8년의 시간이 흘렀다. 박지성 만큼 에인트호벤도 달라졌다. 현역시절 박지성과 함께 발을 맞췄던 필립 코쿠는 팀의 감독이 됐다. 막내급이었던 박지성도 고참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지난 시즌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서 아픔을 겪었던 만큼, 올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크다. 에인트호벤 팬들에게 이런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너도나도 박지성의 복귀를 반겼다. 18일(한국시각)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고어헤드전을 관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에인트호벤 팬들은 기자를 만나자 너도나도 '박지성송'을 부르며 엄지를 세웠다. 한 팬은 "위송빠르크(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의 활약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코쿠 감독의 판단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도 "위송빠르크가 돌아와 반갑다"고 웃었다.
에인트호벤 팬들의 박지성 사랑은 경기장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지성은 다리 근육 부상으로 이날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함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과 함께 귀빈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 경기서 에인트호벤은 고어헤드를 3대0으로 완파했다. 오스카 힐제마르크와 맴피스 데페이 등 경쟁자들이 모두 득점했다. 전후반 막판 이들의 활약이 나올 때 TV중계화면이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박지성을 비췄다. 묘한 분위기였다. 그 순간 에인트호벤 응원석 쪽에서 '박지성송'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경기장 전체가 '박지성송'으로 물들었다. 순간이었지만 박지성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했던 응원이었다. 에인트호벤 팬들은 여전히 박지성을 기억했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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