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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근, 넥센을 움직이는 영웅들의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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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4일 목동 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이택근이 1회말 1사 만루에서 김민성의 적시타때 홈을 밟고 있다.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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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9개 구단 체제로 운영이 되면서 시즌 중반에 휴식기가 생겼다고 해도, 모두가 힘들 수밖에 없는 8월 혹서기다. 흔히 길고 긴 페넌트레이스를 버텨내려면 스프링캠프 때 체력훈련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동계훈련 효과는 전반기를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강도높은 훈련 이상으로 중요한 게 부상 방지이고, 부상을 줄이려면 잘 쉬어야 한다고 야구인들은 강조한다. 시즌 중에 얼마나 시의적절하게, 효율적으로 휴식을 관리하느냐가 코칭스태프의 과제가 됐다. 감독들은 경기 전에 진행되는 훈련일정을 줄이기도 하고, 주축선수들을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로 내세우기도 한다. 넥센 히어로즈는 전반기 부터 일찌감치 선수들의 체력관리 차원에서 경기를 앞두고 이뤄지는 훈련시간을 단축하곤 했다. 또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등 주축선수들을 돌아가며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체력안배에 신경을 써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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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과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넥센 히어로즈전. 그런데 조금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주전 1루수이자 4번 타자인 박병호(27)가 지명타자로 나섰고, 중견수인 이택근(33)이 1루에 들어간 것이다. 주포인 박병호의 경우 종종 체력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로 출전해 왔으면 이상할 게 없는데, 이택근의 1루수 출전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이택근의 1루수 출전은 LG 트윈스 소속이던 2011년 10월 6일 잠실 삼성전 이후 처음이었다. 무려 681일 만에 1루수 미트를 잡은 것이다. 모처럼 1루수로 나섰는데도 그는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17일 경기 2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배영섭의 3루수 앞 땅볼 때 병살플레이를 완성시켰다. 3루수 김민성의 송구를 받고 2루를 밟은 2루수 서동욱의 송구가 다소 오른쪽으로 치우쳤지만 이택근은 팔을 쭉 뻗어 공을 잡아냈다. 18일 경기에서 이택근은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히어로즈의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23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2사 2루서 넥센 이택근이 좌월 2점 홈런을 친 후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7.23.
보통 주축선수가 휴식을 위해 지명타자로 출전하더라도, 다른 주축선수가 포지션을 바꿔 그 공백을 메우는 경우는 드물다. 포수 출신인 이택근은 오랫동안 주전 외야수로 뛰어왔다. 지금까지 주로 해온 외야 수비가 편하고, 1루수가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택근은 박병호가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두말없이 1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코칭스태프의 지시로 이뤄진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매사에 선수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을 내리는 염경엽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택근이 흔쾌히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전반기 중반까지 씩씩하게 달려가던 히어로즈는 6월 중반 이후 주춤했다. 4~5월 3연패를 한 적이 없었던 팀이 8연패에 빠졌고, 한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피말리는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지금도 전반기에 비하면 베스트 전력이라고 할 수 없다. 팀이 뜻한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 코칭스태프는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지난 8일 SK전에 이택근이 1번 타자로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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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은 주로 발이 빠르고 출루율이 좋은 타자가 맡는데, 이택근은 그동안 주로 클린업 트리오에 포진해 중심타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팀에 변화가 필요할 때 그는 주어진 임무, 팀이 원하는 역할을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하는 모습이었다. 이택근은 1,2회 두 타석 연속으로 볼넷을 골라내 출루했다. 1번 타자의 가장 큰 소임, 출루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택근이 보여주는 플레이에는 근성이 뭍어 난다. 뭐 하나 쉽게, 편하게 가는 게 없다. 부상 위험이 적지않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서슴지 않는다. 마치 대다수가 후배인 동료선수들에게 보란 듯이 말이다. 평소 동료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주문하기도 하는 이택근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말 보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

1승 1패를 기록 중인 넥센과 SK가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넥센 이택근 중견수가 7회 무사 1루에서 SK 이재원의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 앞에서 잡아내고 있다.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27
히어로즈에 대한 충성심과 책임감이 강한 '캡틴' 이택근. 지난해 겨울 자유계약선수(FA)가 되어 LG에서 친정팀 히어로즈로 돌아온 그는 그해 7월에 주장이 됐다. 기존의 주장 강병식 대신 선수단을 이끌게 된 이택근이지만, 당시 구단 안팎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어차피 주장을 맡아야 되는데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다"라고. 그만큼 이택근은 누구나 인정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19일 현재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352타수 102안타), 7홈런, 52타점. 중심타자로서 빠지지 않는 알찬 기록이지만, 그렇다고 눈에 번쩍 띄는 성적은 아니다. 그런데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3할2푼5리(166타수 54안타), 득점권타율이 3할1푼5리(42타수 11안타)다. 때로는 찬스를 이어가고, 때로는 해결사 역할까지 해낸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잡히지 않는, 기록으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이택근이 해주고 있다는 걸 히어로즈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게 캡틴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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