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그만큼 제주는 홈에서 극강이었다. 원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홈에서는 K-리그 클래식 유일의 섬팀 잇점을 톡톡히 누렸다. 상대팀들은 제주도의 다른 기후, 풍토 등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제주가 K-리그 상위권을 유지한 것은 안정된 홈성적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올시즌 초반에도 제주의 홈 극강행진은 이어졌다. 처음 5경기에서 4승1무로 무패였다. 이때까지는 순위도 2~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5월 26일 서울전(4대4 무) 이후로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이 후 제주는 홈에서 6경기째 이기지 못하고 있다. 4무2패다. 평소 홈경기 필승의 각오를 밝혀 온 박경훈 감독 부임 후 홈 최장경기 무승기록이다. 덩달아 순위도 추락했다. 제주는 현재 8위(승점 33·8승9무6패)로 그룹A 진입의 갈림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일단 박 감독은 공격진의 부진을 1차 원인으로 꼽았다. 제주는 홈에서 수비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춘 축구를 펼친다. 어렵게 찾아온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득점을 해줄 수 있을때 앞서나가면 경기 운영에 여유를 찾게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엷은 수비벽 때문에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다. 제주가 딱 그렇다. 득점력이 떨어져 어렵게 넣고, 쉽게 실점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박 감독은 "공격진에서 득점포를 터뜨려줘야 한다. 페드로, 마라냥 등 공격의 핵심선수들이 골을 넣어줘야 하는데 공격진에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파 중심들인 서동현 송진형 윤빛가람 등이 더 득점에 관여를 해줘야 한다. 이것이 홈에서 승리를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이 된다"고 했다.
기후와 일정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제주는 현재 지독한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다. 일부 제주 지역에서는 단수가 진행될 정도다. 매일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를 피해 훈련스케줄을 짜고 있지만, 더위로 인해 연습장 사정이 나빠지는 등 불이익을 보고 있다. 일정도 나쁘다. 홈, 원정, 홈, 원정이라는 징검다리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에서 원정에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는 비행기로 육지와 섬을 오고 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내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면 압력 차이 때문에 다리가 부어 올라 컨디션 조절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더위까지 겹치니 힘을 쓰기 더욱 힘들다. 돌아오는 길도 고행의 연속이다. 결국 원정 후 홈경기는 다시 원정경기를 치르는 기분과 몸상태가 된다. 홈 잇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제주가 살기 위해서는 빨리 홈에서 승리가 이어져야 한다. 스플릿까지 3경기가 남은 현재, 제주는 전북, 대전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박 감독은 "남은 3경기서 총력을 기울여 그룹A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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