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롯데의 경기가 열린 20일 대전구장. 한화 김응용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훈련중인 선수들을 바라보며 느닷없이 취재진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투수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포지션 가운데 가장 하기가 쉬운 곳이 어디냐"는 것이었다. 좌익수, 1루수 등의 대답이 나왔지만, 김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3루수가 가장 쉽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외야수는 발도 빨라야 하고 특히 어깨가 좋아야 한다. 내야에서는 유격수, 2루수가 힘들다"며 3루가 상대적으로 쉬운 포지션이라 답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설명이었다. 이어 김 감독은 "우리나라는 내야 수비가 안되면 외야로 보내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외야 수비가 안되면 내야, 특히 3루를 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외야수의 경우 빠른 발과 강한 어깨가 필수 조건인데, 그 능력이 되지 않으면 내야수로 바꿔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김 감독의 말대로 내야 수비가 불안할 경우 외야수로 이동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내야 수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3루쪽으로 빠른 타구가 많이 오지만,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며 '핫코너'로서의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지난 7월 13일 대구 삼성전을 떠올렸다.
당시 한화는 8회초 공격 때 대타로 내보낸 김태완을 8회말 수비에서 3루수로 기용했다. 프로 입단 후 단 한 번도 3루수를 본 적이 없는 김태완은 8회말 수비에서 두 차례나 실수를 저지르며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기록상 실책은 한 개가 주어졌지만, 1-4로 뒤지고 있던 한화는 2점을 더 내줘 경기를 완전히 그르치고 말았다. 경기 후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튿날 김성한 수석코치는 "남은 멤버들 중 3루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마땅히 없었다. 김태완을 3루수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당시 김태완을 3루수로 집어넣은 이유를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김 감독은 "태완이가 초등학교 때 이후 3루수를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3루가 그나마 가장 쉽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한화는 3루수에 이대수를 기용하고 있다. 유격수였던 이대수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송광민에게 자리를 내주고 3루로 포지션을 옮겼다. 김 감독은 유격수 수비는 이대수보다 송광민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 감독은 "내가 볼 때 송광민은 그 정도 수비면 좋다. 내년에도 광민이에게 유격수를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광민도 "유격수 수비가 편하다. 돌아왔을 때 수비 코치님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상대 타자들의 (타구 방향에 대한)성향을 익히면서 더욱 편해졌다"고 했다.
'3루수 이대수-유격수 송광민' 체제로 바뀐 이후 약 두 달간 이대수는 1개, 송광민은 2개의 실책을 범했다. 전반기에 비해 최근 한화의 내야 수비가 견고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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