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이 훨씬 편해요."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 넥센 야수들의 이구동성. 야수들은 그라운드 상태에 민감하다. 그런 면에서 넥센의 홈구장 목동야구장은 최악이다. 수많은 아마대회로 쓸려내려간 흙, 화석화된 베이스 주위의 딱딱한 그라운드는 공포의 불규칙 유발자다. 말 그대로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내야수들이 바운드를 계산하기 어렵다. 외야도 마찬가지. 펜스가 딱딱하다. 이 모두 활발한 플레이를 제한하는 요소들이다.
지난달 KBO 초청으로 국내 야구장 관리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방한한 브릭맨 그룹 머레이 쿡 대표는 목동구장 시설을 살펴본 뒤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구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라운드 살핀 뒤 1루수 박병호를 찾아 "아임 쏘리"라며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3루수 김민성을 불러 얼굴을 살피면서 "이가 괜찮냐"고 묻기도 했다.
열악한 구장에서 단련된 넥센 야수들. 긴장된 공간에서 벗어나 잠실벌에 오자 펄펄 날았다. 마음껏 몸을 던져 그림같은 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틀 연속 호수비로 1점차 승리를 따냈다. 특히 발빠른 넥센 외야수들은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 외야를 완벽하게 커버하며 투수를 도왔다.
4-3으로 앞선 8회가 압권. 선두 타자로 나선 대타 이천웅의 좌전 안타성 타구를 장기영이 번개처럼 튀어나와 캐치했다. 전날에 이은 광활한 수비 범위. 이어진 1사 1,2루. 이진영의 짧은 중전 안타성 타구를 이택근이 어느새 내려와 잡아냈다. 이어진 2사 1,2루. 정성훈이 좌중간에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홈 승부를 위해 살짝 앞으로 나와 있던 중견수 이택근의 키를 훌쩍 넘을만한 타구. 하지만 이택근의 빠른 발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좌중간으로 전력질주하며 펜스 앞에서 가까스로 공을 글러브에 넣었다. 2사라 주자 모두 스타트를 건 상황이라 키를 넘었다면 역전 2루타가 됐을 타구였다.
홈보다 편안한 잠실구장에서 이틀 연속 펼쳐진 넥센 야수진의 호수비 행진. 힘든 순간에 만난 LG를 상대로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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