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허를 찌르는 주루 플레이. 시즌 중 같은 팀을 상대로는 통상 한차례만 시도한다.
하지만 예외처럼 보였던 장면이 있었다. 지난 27일 LG-넥센전. 넥센이 LG를 상대로 시즌 두번째 기습 작전을 펼쳤다.
상황은 이랬다. 1-0으로 앞서가던 4회 2사 만루. 허도환 타석 때 2루 주자 서동욱이 깊은 리드로 투수의 견제를 유도하는 사이 3루 주자가 홈으로 쇄도하는 주루플레이를 시도했다. 지난 7월5일 경기 9-9 동점이던 8회 2사 만루 때 LG 봉중근의 2루 견제를 유도해 결승점을 뽑아냈던 장면을 다시 보는듯한 기시감.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LG는 두번 속지 않았다. 우규민이 2루에 송구하는 척 하면서 멈춘 뒤 홈에 던져 3루주자 김민성이 태그 아웃.
작전 여부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상황. LG도 의아해 했다. 차명석 투수 코치는 "다른 팀을 상대로라면 속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마 우리 팀을 상대로 똑같은 시도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차 코치는 "사실 처음 당했던 상황도 유지현 코치가 모두 준비해놓은 것이었다. 안 던졌어야 했는데 무의식적으로 던진 것이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김기태 감독 역시 "추울 때부터 준비했던 수비였다"고 했다.
이해를 위해서 넥센 벤치의 설명이 필요했다. 예상대로였다. 벤치에서 사전에 준비된 작전은 아니었다. 염경엽 감독은 "같은 팀을 상대로 두번 할리가 있느냐. 준비된 작전이었다면 2루주자가 귀루하지 않고 런다운에 걸렸을 것이다. 3루 주자가 순간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염 감독은 LG의 '준비된 수비'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을 표시했다. "투수가 2루에 던지려고 했다. 야수가 베이스 커버를 늦게 들어왔고, 2루 주자가 귀루하는 바람에 안 던진 것 같다. 준비된 수비였다면 투수가 2루에 던지는 척 하다 바로 홈으로 돌아서서 송구 동작을 취했을텐데 동료들의 '홈'이라는 콜을 듣고나서야 뒤늦게 돌아서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중요한 순간, 만날 때마다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LG와 넥센. 미세한 작전의 해석을 놓고 벌어진 양 벤치의 미묘한 신경전. 포스트시즌 맞상대가 될 경우 치열함의 점도가 훨씬 강해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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