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1루와 3루(코치)를 맞바꿨습니다."
LG-넥센 전을 앞둔 28일 잠실구장 3루측 덕아웃. 전날 박빙 승부를 짜릿한 1대0 승리로 이끈 넥센 염경엽 감독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이날 단행한 코칭스태프 미세 조정. 1,3루 주루 코치의 보직을 맞바꿨다. 3루 심재학 코치가 1루로, 1루 최만호 코치가 3루로 자리를 옮겼다. 시즌 중 이례적인 보직 맞바꿈. 그 일련의 과정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염 감독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시즌 전 직접 붓을 꺼내 그렸던 그림. 아쉽게도 잠재력 많은 '초보 화가'의 깜짝 명화는 탄생하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은 "오늘 아침에 심재학 코치가 (보직 이동을) 요청했다. 그동안 (주루 플레이 미스로) 팀도 힘든 상황이 있었고…. 중요할 때 자꾸 꼬이니까 심 코치가 그동안 많이 힘들어 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내 잘못이다. 애당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혀놓은 셈이었다"며 자신의 판단 미스로 돌렸다. "전적으로 내 판단이었다. 사실 심 코치가 하고 싶어한 것도 아니었다. 부담을 가지고 출발한 시즌"이라며 '내 탓이오' 속에 아쉬움을 묻었다.
당초 심재학 코치의 3루 주루코치 기용은 일종의 파격이었다. 심 코치는 주로 타격 분야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주루 코치는 염 감독 본인의 전공분야. 심 코치의 센스와 판단력을 눈여겨 보던 염 감독의 '깜짝 선택'이었다. 하지만 훌륭한 주루 코치의 위대한 탄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불과 1년만에 완벽 적응하기란 결코 쉽지도, 기대하기도 힘들다. 특히 3루 코치는 더 어렵다. 요구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주자의 기본 주력은 물론 상대 수비진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에 주자의 스타트, 수비수의 포구 위치와 자세, 중계 플레이어의 정렬 위치 등 순간 판단력이 두루 요구된다. 피나는 노력만으로 1년이란 짧은 시간 내에 완벽한 3루 코치가 탄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이 필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초반 선두권에서 승승장구하던 넥센이 4강 싸움 권역으로 살짝 쳐지면서 미세한 주루플레이에 대한 압박감이 커졌다. 심 코치의 마음고생도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3루 주루코치는 '직속 상사'인 염경엽 감독의 주 전공 분야. 아랫 사람 입장에서는 칭찬받기 가장 어려운 자리다. '초보' 3루 코치에게 '주문'이 늘어갔다. 염 감독도 인정했다. "내가 생각하는 야구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눈에 보이니까….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실파' 심재학 코치, 죽도록 열심히 했다. 경험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기 위해 의욕적으로 노력했다. "경기 끝나고 새벽 1시 넘어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저보다도 더 늦게 귀가를 할 정도로 열심히 하더라구요. 노력 없이 결과가 안 좋았다면 모르겠지만 충분히 노력했으니까…." 염경엽 감독의 증언이다.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 큰 지도자로서의 성장로를 달리고 있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심재학 코치. 프로에서 보기 드물게 투-타를 모두 경험해 이해의 폭이 넓은 장점 많은 코치다. 팀 사정상 '일시 정지' 버튼이 눌린 3루 코치로의 영역 확장.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올라운드 지도자를 향한 심재학 코치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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