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평소보다 긴장이 덜 되는데요."
1일 대전전을 앞둔 박경훈 제주 감독의 표정은 덤덤했다. 승부에 초연한 듯 했다. 제주의 현실을 반영한 모습이었다. 제주는 반드시 승리한 후 부산, 성남의 패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 감독은 "평소에는 우리팀만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팀 말고도 이기길 바라는 팀이 2개나 더 있으니까 기도하기도 벅차더라"며 웃었다.
박 감독과 달리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연습시간에도 웃음기는 없었다. 제주 프런트들의 표정도 심각했다. '기업구단으로 그룹B로 떨어질 수 없다'는 간절함이었다. 모든 제주 관계자들의 기도속에 경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30초만에 성남의 골소식이 들렸다. 탄식이 이어졌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20분 제주의 선제골이 터졌다. 모두가 두팔 벌려 환호하며 기적을 노래했다. 그러나 13분 뒤 아리아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분위기는 급격히 식었다. 응원을 이어가는 일반 관중들과 달리 제주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부진한 플레이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종료 직전 부산마저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주가 이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제주 관계자들은 애꿎은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반 종료 직전 페드로의 결승골이 터졌다. 벤치에는 타구장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듯 했다.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선수들은 다른 경기 결과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기적은 없었다. 박 감독과 선수들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박수로 답했지만, 어깨는 처져있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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