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은 지우겠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스플릿 그룹A 출사표다.
포항이 '이기는 축구'를 선언하고 나섰다. 화려한 패스축구로 바람몰이를 했던 정규리그의 기억은 지웠다. 강호가 득실대는 무한경쟁의 그룹A에서 실리를 취하고자 한다. 황 감독은 "모두 다 밝힐 수는 없지만, (그룹A 일정을) 어떻게 치러야 할 지에 대한 복안은 서 있다"고 말했다.
상황적 판단에 기인한다. 포항은 원톱을 내세우고 출중한 2선 자원을 활용해 톱니바퀴 같은 공격 체계를 완성했다. 이명주 황지수 김태수가 번갈아 축 역할을 맡고 조찬호 황진성 고무열이 2선 지원 및 마무리 역할을 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중반까지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면서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이런 구도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거듭되는 일정 속에 체력부담이 가중되고 부상과 징계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서 승점 쌓기에 애를 먹고 있다. 정규리그 막판엔 울산과 부산에 잇달아 덜미를 잡히며 올 시즌 처음으로 연패의 늪에 빠졌다. 김은중과 신영준이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가세하면서 공격 옵션이 더 늘어났지만, 기본 축이 되는 선수들의 이탈과 체력저하로 공격의 힘은 상당부분 처져 있다. 이런 와중에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앞선 힘을 갖춘 상대들과의 맞대결은 자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산전 패배로 4위 서울과 승점차가 불과 3점 밖에 나지 않게 됐다. 화려한 포항식 축구 만을 고집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룹A에서 포항은 다양한 변화를 통한 이기는 축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전에서도 기존 원톱 체제를 버리고 배천석 고무열 김은중을 전면에 내세우는 쓰리톱을 가동하는 등 변화한 모습을 드러냈다. 강팀과의 맞대결에선 공수 밸런스를 맞추는데 초점을 두면서도 상대에 따른 맞춤 전술로 돌파구를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냉정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각 팀이 전력과 앞으로 펼쳐질 경기 양상은 다 비슷하다. 울산 전북 등에 비해선 밀리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결국 집중력과 결정력의 차이에서 갈릴 것이다. 그룹A에서 싸워가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어느 정도 실마리도 잡았다"고 말했다. 리그와 FA컵을 병행해야 하는 일정의 피로감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프로라면 도전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포항식 실리축구의 개봉이 임박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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