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24·카디프시티)은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초반 '핫가이' 중 한 명이다.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얻은 명성은 허언이 아니었다. 잉글랜드 무대 진출 2년차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원숙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말키 맥케이 카디프 감독의 무한 신뢰 속에 카디프의 주전 입지를 굳힌 것 뿐만 아니라, 공격의 핵 역할까지 맡고 있다. 맨시티와의 리그 2라운드에서는 동점골과 역전골에 관여하는 최고의 활약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제2의 박지성'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는 칭찬도 심심찮게 들린다.
관건은 포지션이다. 그동안 A대표팀에서 김보경에게 주어진 역할은 왼쪽 측면 공격수였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기라성 같은 중원 자원들이 버티고 있는 A대표팀에서는 역할 배분이 필요했다. 중앙과 측면 모두 소화 가능한 멀티맨 김보경에겐 측면 임무가 부여됐다. 하지만 카디프 입단 후 김보경은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입지를 굳혔다. 멀티 능력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활약의 기반은 중앙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홍 감독은 이번 대표팀 소집에 김보경 뿐만 아니라 구자철 이근호(상주) 손흥민(레버쿠젠) 등 중앙과 측면 자원을 두루 소집하면서 경쟁 체제를 보다 강화했다. 경우에 따라선 김보경이 카디프와는 달리 측면을 소화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홍 감독은 김보경의 재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2009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부터 인연을 맺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신화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대우는 없다. 본선 전까지 경쟁은 누구도 피하기 힘든 숙명이다.
김보경이 직접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카디프에서 떨친 멀티능력이 역시 해답이다. 중앙에서 최전방 원톱을 부여하는 임무 뿐만 아니라 측면에서 인사이드로 파고드는 지원군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카디프에서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수비 능력도 대표팀에선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 넘치는 수비 역시 필수 요소로 꼽을 만하다.
아이티전 마무리 훈련이 진행된 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김보경이 부여 받은 역할은 리베로다. 단순한 훈련의 일환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보경이 A대표팀 내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보경은 "최상의 몸 상태"라며 활약을 예고했다. 본선으로 가는 출발점에 선 김보경이 카디프에서 일으킨 바람을 대표팀까지 이어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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