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이 걸려 있는 FA컵 대회. 저비용 고효율이다. 이 '달콤한 유혹' 때문에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에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공교롭게 4강전(14~15일)에 진출한 제주 포항 부산 전북이 11일 모두 원정경기를 치렀다. 맞대결을 펼치는 제주와 포항은 각각 대전과 서울 원정에 나섰고, 부산과 전북은 수원과 인천에서 경기를 가졌다.
팀 별로 4강전까지 3~4일의 시간이 있지만 FA컵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순위싸움이 치열한 리그 경기도 포기할 수 없다.
속내는 복잡했다. 각 팀 사령탑이 내놓은 해법도 제각각이었다. 과연 28라운드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치른 네 팀의 손익 계산서가 어떻게 작성됐을까.
인천 원정에 나선 최강희 전북 감독은 1.3군을 내세웠다. 레오나르도 정 혁 이재명 등 3명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리그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포항전에서 0대3의 대패를 당한 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최 감독은 "FA컵 때문에 선수들을 조금 뺐다. 하지만 4일이나 남아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지난 경기에서 완패해 연패를 막아야 한다. 원정경기지만 승부를 낼 것이다." 그러나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 전반 33분 박희도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레오나르도를 조기 투입했다. 정 혁은 20여분을 뛰었고 이재명은 휴식을 취했다. 1.3군으로 인천을 상대한 전북은 인천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수들의 휴식도 절반의 성공에 그쳤고 승점도 1점을 따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반면 전북의 상대인 부산은 철저하게 'FA컵 모드'로 리그 경기를 치렀다. 윤성효 부산 감독이 수원전 선발로 내보낸 선수중 주전은 임상협과 호드리고, 골키퍼 이범영 3명 뿐었다. 선발명단 11명의 전체 경기 출전 횟수가 85경기에 불과했다. 철저히 2군으로 맞선 부산이다. 비록 수원에 패했지만 주전 대부분의 체력을 아끼는 성과를 거뒀다.
제주와 포항의 희비는 엇갈렸다. 제주는 이번 28라운드의 최대 수혜자였고, 포항은 최대 피해자였다. 제주는 대전과의 원정경기에서 주전을 대거 뺐다. 이 용과 오승범만이 주전급 선수였다. 그룹 B로 추락해 리그 우승을 바라보지 못한다. 승점을 넉넉하게 벌어둬 강등 걱정도 없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FA컵 올인'을 선언했다. 2군으로 대전전을 치른 제주는 2대1로 승리를 거두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반면 클래식 선두인 포항은 FC서울과 혈투를 치렀다. 주전급 선수들을 모두 내세우는 맞불작전을 펼쳤다. 뼈 아팠다. 주전 선수들이 전력을 쏟아내고도 서울에 0대2로 지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제주와 환하게 웃었고, 전북과 부산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포항의 인상만 잔뜩 찌푸리게 됐다. 클래식 28라운드가 그려낸 네 팀의 손익 계산서가 FA컵 4강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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