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감독과 서정원 수원 감독 모두 서로에게 강하다. 최 감독은 2005년 전북 지휘봉을 잡은 이후 수원 킬러였다. 2011년까지 수원과 15번 만나 딱 1번만 졌다. 6승8무1패였다. 서 감독도 전북이라면 자신있었다. 올 시즌 수원 감독으로 부임한 서 감독은 2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두 감독이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킬러들간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지는 쪽은 가슴에서 킬러라는 이름표를 떼내야 했다.
변수
서 감독은 경기 전 하늘을 보고 탄식했다. 비가 내렸다. 올 시즌 수원은 짧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다. 비내리는 환경에서는 패스의 정확도와 속도 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전북처럼 파워넘치는 팀을 상대할 때는 어려움이 컸다. 일단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볼키핑을 강조했다.
최 감독은 정신적인 부분을 이야기했다. 올 시즌 2연패의 원인으로 팀을 떠난 루이스 에닝요 조성환 손승준을 이야기했다. 4명 모두 수원에서 방출되는 등 원한이 있었다. 최 감독은 "이들이 있을 때는 수원전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았다"면서 "선수들에게 정신 무장을 다시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템포를 압도한 파워
서 감독의 탄식은 현실로 나타났다. 비가 오는 가운데 전북의 파워가 수원의 템포를 압도했다. 수원 선수들은 중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공격의 핵심인 산토스는 김상식과 정 혁 등에 막혔다. 선수들 개개인의 볼컨트롤 미스가 속출했다. 골대 근처에도 볼이 가지 못했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손짓으로 '차분하라'고 주문했다. 전북의 템포를 늦추는데 최대한 집중했다. 전반 수원의 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서 감독은 전반만 버티면 후반에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전북이 보여준 파워 축구의 중심에는 케빈이 있었다. 최전방 원톱에 나선 케빈은 공중볼과 등지는 플레이에서 발군이었다. 최전방에서 케빈이 볼을 잡으면 2선에서 레오나르도와 티아고, 정 혁과 서상민 등이 침투했다. 이들이 날린 슈팅은 전반에만 7개였다. 문제는 골결정력이었다. 전북의 슈팅은 골망을 외면했다. 전반 38분 레오나르도의 중거리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실패한 승부수
후반 들어 비가 그쳤다. 서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김대경 대신 들어간 조지훈이 맹활약했다. 산토스 뒤쪽에 배치했다. 산토스의 수비 부담을 줄였다. 수원의 첫 슈팅은 후반 1분 나왔다. 후반 12분과 22분 날카로운 슈팅이 이어졌다. 정대세와 추평강을 투입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려 했다.
최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을 막을 것은 역시 공격밖에 없었다. 공격 동력을 갈아끼웠다. 티아고와 서상민을 빼고 박희도와 김신영을 투입했다. 최 감독의 승부수는 통하는 듯 했다. 수원은 후반 29분 정대세의 슈팅 이후 더 이상의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전북은 경기를 압도했다. 하지만 무수한 슈팅을 날리고도 골을 만들지 못했다.
0대0 무승부. 양 팀 사령탑들의 표정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서 감독은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확보했다. 수비가 잘했다"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최 감독은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무승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크게 아쉬워했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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