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말이 '큰 경기' 경험이다. 경험이 많은 팀이 유리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단기전 경험이 많은 팀일수록 실수가 적고 수준높은 플레이를 펼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야구 역사를 들여다보면 특정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집중적으로 한 시기에 몰아서 차지하는 사례가 많다. 80~90년대의 해태가 그랬고, 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 현대, 그리고 SK와 삼성이 최근 우승을 반복적으로 한 경우도 그렇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롯데는 2008~2011년, 4차례 연속 가을잔치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을 만나 3승1패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5년만에 이룩한 것으로 4번의 경험 축적이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는데 상당한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LG 트윈스가 11년만에 그토록 염원하던 포스트시즌에 참가하게 됐다. 아직 1위 싸움이 남아있지만, LG 팬들은 벌써 설레는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인기품목인 '유광 점퍼'는 몇 번이나 동이 났다. 포스트시즌을 몇 번째 단계에서 시작할지는 몰라도, LG가 참가하는 가을잔치는 잠실벌이 떠나가라 분명 떠들썩할 것이다.
그러나 LG에는 약점이 있다. 삼성과 두산에 비해 포스트시즌 경험을 가진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26명 가운데 3분의2 정도가 이번 가을에 처음으로 '큰 경기'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약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험 부족이다.
팀을 성공적으로 변신시킨 LG 김기태 감독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김 감독은 3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우리팀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만큼 우려의 시선이 있는데 괜찮다. 베테랑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경험이 많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은 이어 "주장 이병규를 비롯해 야수진에선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현재윤 손주인, 투수진에선 류택현 이상열 정현욱이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코칭스태프 또한 마찬가지"라며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랫동안 나가지 못했을 뿐 경험 부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발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LG 베테랑 선수들은 우승 경험도 풍부하다. 정현욱의 경우 삼성에서 숱한 우승 경험을 했고, 현재윤 정성훈 이진영도 각각 삼성, 현대, SK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LG로서는 엔트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특히 단기전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선발투수중에 포스트시즌 경력을 가진 선수가 없고, 마무리 봉중근도 메이저리그 시절 가을 마운드를 밟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선수 뿐만 아니라 팬들과 벤치의 기 싸움도 중요하다. 10년을 기다려주신 우리 팬들의 기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면서 "우리 팀에 다승왕이나 홈런왕은 없지만, 선수단 전체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투수력도 좋고 야수진 또한 잘 할 것으로 믿는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의 말대로 경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전력과 분위기다. 지난 2003년 창단 4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SK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 12년만에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KIA는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시즌 막판 김 감독의 포스트시즌 구상 과정에서 '경험'은 큰 변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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