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는 올시즌 또 한 번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29일 현재 타율 3할2푼1리 36홈런 112타점. 이미 홈런과 타점 모두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소 부족했던 정확도까지 겸비한 4번타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타율이 2할9푼에 그쳤지만, 올시즌은 3할 타율을 넘어 타격 4위에 오를 정도다. 이젠 '에버리지'까지 겸비한 파워히터라고 할 수 있다. 3할-30홈런-100타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어 40홈런-120타점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트레이드 이후 한 팀의 4번타자로 자리잡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국 최고의 4번타자로 우뚝 섰다. 29일 목동 두산전에서 데뷔 후 두번째로 한 경기 3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몰아치는 능력도 갖고 있다. 2010년 이대호 이후 3년만에 40홈런 타자 탄생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넥센 박병호가 '2013 프로야구 스포츠조선 테마랭킹' 10월 첫째주 타자 클러치능력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클러치능력은 찬스에서 얼마나 집중력 있는 타격을 했는지 평가하는 항목으로, 타점과 득점권 안타를 합친 클러치 지수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타점으로 팀에 필요한 점수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득점권 안타로 주자가 득점권에 나갔을 때 얼마나 영양가 있는 활약을 펼쳤는지 살펴볼 수 있다.
박병호는 타점 112개와 득점권 안타 37개로 클러치 지수 149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로 발돋움했다. 박병호가 클러치능력 1위를 차지한 건 올시즌 들어 처음이다. 괴물처럼 타점을 쓸어 담은 게 원동력이었다. 타점 1위인 박병호는 2위 나지완(96개)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최고의 4번타자 박병호가 클러치능력 1위에 오르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 건 무엇 때문일까. 득점권 안타를 보면, 그 비밀을 알 수 있다. 박병호는 득점권 안타(37개)가 다소 적다. 이는 득점권 상황에서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박병호는 득점권 상황에서 가장 많은 44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걸렸다 하면 크게 얻어맞을 수 있는 박병호를 상대로 좋은 공을 주지 않은 것이다. 상대 입장에선 최대한 어렵게 승부하면서 박병호를 피해갈 수밖에 없다.
또한 이택근 강정호 김민성 등 클러치능력이 있는 동료들이 있기에 박병호에게 걸린 부담이 다소 덜한 것도 이유다. 박병호도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대량득점 찬스로 이어가면서 '빅이닝'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자신이 찬스를 해결하는 것도 4번타자의 역할이지만, 더 큰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다. 박병호는 이에 적합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집계에서 4위였던 KIA 나지완은 타점 96개, 득점권 안타 48개로 클러치 지수 144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추락한 KIA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4번타자 나지완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타점은 박병호에 이어 2위, 득점권 안타 개수는 당당히 1위다. 지난 집계 때 공동 1위를 기록했던 삼성 최형우와 두산 김현수는 3위, 4위로 내려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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