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다. 텍스트로 이 경기를 모두 표현해낼 수 있을지 걱정될 만큼 아름다웠다.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폴리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F조 2라운드 경기에서 2-0 승리를 챙긴 홈 팀 아스널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10연승을 내달렸다. 각각의 리그에서 강한 포스를 뿜어내며 시청자들의 새벽잠을 빼앗아 간 이들의 대결은 아스널 쪽으로 기운 채 끝이 났다.
아스널이 발산한 매력의 발산지는 단연 '외질의 마법'. 왜 돈을 써야 하는가, 돈을 쓰면 팀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증명해 보인 이 선수 덕분에 벵거 감독은 연신 웃음꽃이다. 상체 페인트 모션으로 수비를 벗겨 낸 작업, 드넓은 시야로 미리 상대의 위치와 공간을 확인해두는 작업, 수준급 기술로 볼을 안정적으로 잡아놓거나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처리하는 작업까지, 버릴 게 없었다. 전반 7분에는 측면에서 넘어온 램지의 크로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갖다 대 레이나를 흔들어놓기까지 했다.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겠으나, 외질이라면 이별한 지 10년 가까이 되는 아스널과 우승 트로피의 인연을 다시 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램지 또한 대단했다. 외질을 도우며 죽을 맞춘 이 선수 역시 아스널의 명치를 아리게 한 체증을 해소하는 데 공을 세웠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았던 램지는 상대의 좁은 공간 속에서 볼을 잡고 돌아서는 탈압박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최전방 원톱 지루와 수비형 미드필더 아르테타-플라미니 라인 사이에 위치해 좌우로 움직이던 램지와 외질은 아래로 내려오기를 반복하며 공격 전환 과정에서의 선수 간 거리를 좁혔다. 아스널의 패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도 길목마다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자원들이 있었기 때문. 이들의 움직임은 갓 부상에서 돌아와 완전치 않은 모습을 보였던 로시츠키의 아쉬움도 상당 부분 날려버렸다.
종적인 패스로 상대 골문을 조준하기 위해서는 '벽'이 되어줄 선수가 필요한데, 지루가 그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제로톱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요즘, 패스의 타겟이 돼 연계 플레이를 펼쳐줄 공격수를 보유한 것만큼 큰 자산도 없다. 이 정도의 피지컬을 지닌 선수가 등을 지고 패스를 받는다면 상대 수비는 발을 뻗기는커녕 볼의 위치를 확인하기조차 힘들 수 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정확히 연결해낸 것이 지루의 가치인 셈. 외질의 첫 골도 사냐의 발끝에서 넘어간 로빙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 측면으로 벌려준 이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상대 실수를 유발하는 전방 압박과 측면으로 빠져 공격에 관여하던 움직임도 훌륭했다.
사냐도 언급하고 싶다. 측면 자원의 수비 지원을 업은 이 선수는 보다 높은 선에서 인시네와 수니가를 틀어막고자 했다. 여기에 틈만 나면 앞으로 치고 나갔고, 그 과정에서 선보인 특유의 쫀득한 탄력은 나폴리의 왼쪽 측면을 파괴했다. 사냐뿐만 아니라 아르테타-플라미니, 코시엘니-메르테사커 라인도 준수했다. 후반 들어 동기 부여나 투쟁심 부분에서 살짝 아쉬움을 남겼던 아스널의 분위기상 자칫하면 나폴리의 기가 살 수도 있었지만, 이에 맞서 제법 탄탄한 수비를 구축해냈다. 특히 상대 공격을 끊어낸 뒤 패스의 축 역할을 하며 어떻게 해서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 공격의 마무리를 짓고 내려올 수 있도록 도운 것이 긍정적이었다.
중앙에서 주고받던 볼이 측면으로 넘어갔고, 해당 진영에서 먹혀들진 않았을 때에는 방향을 전환해 또 다른 루트를 노렸다. 상대가 웅크리면 뒤에서 템포를 조절했고, 숨을 고른 뒤 재차 상대의 틈을 파고들었다. 상대에게 압박할 빌미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 패스웍은 벤치에 앉은 벵거 감독이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듯했을 정도. 60%를 웃도는 볼 점유는 수비 진영에서 의미 없이 돌리며 거둔 것이 아니었고, 전반 13분에 이미 100개를 넘은 패스는 90분 동안 총 700개를 돌파하며 나폴리를 들었다 놓았다. 확실한 건 이 모든 상황이 외질에게만 의존한 게 아니며, 앞으로 돌아올 부상자가 차고 넘친다는 사실. 그래서 아스널은 더 무서웠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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