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 받쳐줘야 한다"
스피드와 제구력. 투수라면 모두 갖고 싶어하는 능력들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다면 당장에 어디에서도 손색없는 A급 투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두 능력을 보두 갖춘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신인에게 두 가지 능력을 겸비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다. 그렇다면 두 능력 가운데 우선 집중적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만약 신이 허락한다면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질 능력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정교한 핀포인트 제구력을 택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투수 출신 지도자들에게 묻는다면 거의 100% 같은 답이 나올 것이다. 역시 구속 보다는 제구력이 투수를 더 경쟁력있게 만들어주는 가치다. KIA 선동열 감독도 마찬가지다. 현역시절 보기 드물게 스피드와 제구력을 모두 갖췄던 그다. 하지만 지도자가 된 이후에는 스피드보다 제구력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한다.
특히 선 감독은 내년 시즌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리는 좌완 신인 임준섭의 예를 들며 제구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임준섭은 올해 KIA에 입단해 스윙맨으로 계속 활약했다. 선발이 빌 때는 5선발 역할을 했다가 때에 따라서는 중간계투로도 나왔다. 시즌 후반에 접어든 뒤에는 고정적으로 선발 보직을 소화하면서 내년 시즌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사실 올해 초 임준섭이 등장했을 때 KIA 코칭스태프의 바람은 딱 한가지였다. 구속이 좀 더 늘어나기를 바랐던 것이다. 왼손 투수 임준섭은 독특한 투구 방식덕분에 공에 회전이 많이 걸리는 유형이다. 그냥 평범한 직구를 던지더라도 자연스럽게 싱커성으로 꿈틀댄다. 무브먼트가 많다. 야구인들이 흔히 "공이 지저분하다"고 표현하는 케이스다. 이 덕분에 정타를 잘 맞지 않는다. 타자가 정확한 타격을 하기 힘들다. 배트와의 임팩트 직전에 공의 궤도가 살짝 틀어지기 때문이다.
분명히 큰 장점인데, 구속이 느려 이 장점이 더 활성화되지 못했다. 올해 초 임준섭의 최고구속은 140㎞ 초반에 그쳤다. 평균적으로는 130㎞ 후반이다. 이 정도 구속이면 공 자체의 변화가 많다고 해도 좋은 타자들은 충분히 쳐낼 수 있다. 그래서 KIA 코칭스태프는 임준섭의 직구 구속이 더 빨라져야 한다는 말을 해왔다.
시즌 말미에 접어든 현재. 임준섭은 시즌 초에 비해서는 분명히 성장했다. 코칭스태프의 바람대로 구속도 늘어났다. 2일 광주 SK전에서는 직구 최고구속이 145㎞까지 늘어났다. 꾸준한 연습을 했고, 경험이 쌓이면서 구속 증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선 감독은 임준섭에 대해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듯 하다. 어차피 신인에게 더 많은 걸 바랄수는 없겠지만, 가능성이 많은만큼 더 큰 성장을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선 감독은 '제구력의 증대'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 감독은 "이제 구속은 큰 문제가 안된다. 지금 정도면 내년 스프링캠프를 거쳐 조금 더 빨라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제구력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본인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준섭의 경우 포수가 10개의 공을 요구하면 이중 5개 정도만 정확하게 던지는 상태다. 최소한 7개 정도는 정확히 제구할 수 있어야 A급 투수가 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제구력에 더 신경썼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준섭이 내년 시즌 제구력을 얼마나 키워 팀에 기여할 지 기대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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